조물주 위에 건물주? 임대료 연체되면 속에서 천불
조선일보 / 입력 2020.01.08 03:10
이덕수 한화생명 마케팅역량팀 부동산전문가
[한화생명 은퇴백서] 밀린 월세 어떻게 받을까
2년새 3배 늘어난 임대차 분쟁 - 때론 이사비용 주며 내보내거나
이자 부과해 경고하는 것도 방법… 단전·단수는 처벌 위험 있어요
내보내는 명도소송은 최후 수단, 계약해지 알리고 증거 남겨둬야
최근 한 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에 '건물주'가 상위권에 올랐다. 요즘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정기적으로 수익이 나오는 임대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는 많은 은퇴 생활자가 꿈꾸는 직업이다. 하지만 건물을 빌리는 임차인이 임대료를 장기간 연체하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건물주에겐 큰 고민거리가 된다. '소유권'이라는 권리를 가진 건물주이지만 적법한 절차 없이 임차인 물건에 손을 대면 불법이므로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 은퇴 후 건물주를 꿈꾼다면 임대료 연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부터 잘 세워둬야 한다.
◇최선의 전략은 화해, 아니면 금전·심리적 압박
분쟁 해결의 최선 전략은 건물주와 임차인이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지켜본 바에 따르면, 임대료 연체 분쟁은 긴 시간과 갈등을 수반한다. 이 과정에서 건물주들은 큰 심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이에 따라 보증금 규모는 보통 월세 7~8개월치가 적당하나 이보다 보증금이 적다면 건물주는 임차인에게 당근을 제시하는 협상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밀린 월세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는 방법이 있다. 대신 앞으로 받아야 할 임대료에 대한 납부 확약을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 중개 수수료 등 기타 비용을 부담하라는 타협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손실은 발생하지만 임대료 분쟁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만약 이래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다 더 과감한 결단을 검토해볼 수 있다.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이사 비용까지 주고 임차한 가게나 주택을 비워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다음으로 법적 절차를 밟기 전 금전적·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그간 밀린 월세에 대해 이자를 부과할 수 있다. 임차인으로선 매달 임차료뿐 아니라 이자 비용까지 부담하게 됨으로써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아예 계약할 때 연체 월세에 이자 부과를 특약으로 넣으면 경고의 의사를 전달하면서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심리적 압박을 한다며 전기를 끊거나 수도를 차단하는 건 생계를 위협하는 극단적 조치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자칫 업무방해와 전기사업법·수도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관리규약 또는 임대차 계약서에 '연체 시 단전·단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손 치더라도 그것만 믿어선 안 된다. 관리규약에 관리비 체납자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 내용이 명시돼 있고, 그 요건이 충족됐으며, 단전·단수를 사전 예고하는 등 여러 요건이 종합적으로 충족될 때만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명도소송에 앞서 반드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부터
가장 강력한 수단은 명도(明渡)소송이다. 명도소송은 매수인이 부동산 대금을 완납했음에도 점유자가 부동산 인도를 거절하는 경우 부동산을 비우고 넘겨달라는 의도로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이를 위해 건물주는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해지를 통지해야 한다. 임차인에게 계약 해지를 알린 날짜 등을 공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을 통해서 발송하는데, 3부를 작성해 수취인·발송인·우체국에 각 1부씩 보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건물주는 계약 해지 이행을 요구할 증거를 법적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임차인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
명도소송의 소를 제기하는 곳은 상대방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이다. 서류에는 건물주의 소유권 보유 사실, 상대방의 불법 점유 사실, 상대방이 점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차 계약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포함하면 된다. 명도 판결 및 집행에는 통상 3~5개월 정도 걸린다. 항소 또는 상고하면 추가 기간이 걸리지만, 1심 법원에서 가집행 판결을 덧붙여 주기 때문에 1심 판결 후 곧바로 명도 집행이 가능하다.
명도소송에 앞서 반드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을 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소송 과정에서 점유자가 바뀌면 명도 판결 이후에 새 점유자에게 소송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 서류에는 건물주의 소유권 사실, 상대방의 불법 점유 사실, 점유자가
점유를 이전할 우려에 대한 내용을 담으면 된다. 신청 후 가부 확인은 통상 1주일 정도 걸린다.
임차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모르면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될 수 없다. 물론 분쟁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우량 임차인을 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분쟁을 피할 길이 없다면 과감히 당근과 채찍을 써서 해결하는 게 고민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