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말죽거리(현 서울 서초구 양재역사거리 일대)의 땅값은 평당 300원 정도였다. 그런데 1969년 제3한강교가 개통되고 이듬해 경부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이 지역 땅값은 3.3㎡당 5000~6000원으로 폭등했다.
#87년 연평균 10% 정도 오르던 전국 땅값은 88년 27% 뛰었다. 강남에는 3.3㎡당 1000만원을 돌파한 아파트가 등장했다.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3저(低) 호황(저유가·저달러·저금리)’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이 돈이 온통 땅으로 몰려들었다.
‘2976배’.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64년과 2013년 한국의 평균 땅값 차이다.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 속도(1933배)보다 훨씬 가팔랐다. 쌀(50배), 휘발유(77.5배) 같은 생필품 가격 변화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크다.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개발에 ‘부동산 투기’라는 사회적 현상이 더해진 결과다. 한국을 ‘부동산 공화국’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부의 89%를 부동산이 차지한다. 여전히 현금보다 부동산 보유가 부의 척도이자 관리법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당 평균 지가는 64년 19.6원에서 2013년 5만8325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 전체 토지가격을 더한 명목 토지자산가액은 1조9300억원에서 5848조원으로 3030배 증가했다. GDP 대비 지가총액 비율은 64~2013년 평균 392%다. 이 비율은 70년(547%)과 91년(597%)에 크게 치솟았다. 이는 당시 경제개발과 투기 열풍을 반영한다.
조태형 한은 경제통계국 팀장은 “68년 이후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같은 도로 설비와 산업단지 인프라가 확충됐고 강남 개발도 본격화되며 땅값이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며 “80년대 후반 등 소위 ‘3저 호황’으로 주택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낸 점도 91년 지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68년(59.8%), 89년(38.9%) 지가 상승률이 크게 높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지가가 하락한 시점은 90년대 초반과 98년 외환위기 두 차례다. 90년대 초반엔 80년대 주택가격 폭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정부의 토지초과이득세, 공시지가제도 도입과 같은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산업구조의 중심이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옮겨가며 지목별 지가총액 비중도 크게 변했다. 논·밭·임야의 지가총액 비중은 64년 57.2%에서 2013년 23.7%로 33.5%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대지(건물을 지을 땅)와 공장용지 비중은 같은 기간 28.8%에서 55.7%로 26.9%포인트 높아졌다. 또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비중이 확대되면서 기타 토지 지가총액 비중도 이 기간 14%에서 20.6%로 6.6%포인트 상승했다.
2013년 말 현재 GDP 대비 지가총액 비율은 409%다. 한은은 “50년 평균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토지를 포함해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2013년 기준 전체 땅값 규모(5848조원)에 건물자산(3941조5000억원)을 더하면 총 국민순자산(1경1039조2000억원)의 88.7%에 달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소득 대비 부동산 자산 보유 비중이 높은데 이를 유동화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 게 특히 문제”라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이런 상황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주택연금 다양화, 월세상품 다변화 등을 통해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