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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주포세대]② "결혼도 집장만도 안 묻는게 예의"…흔들리는 청년 주거 본문
[2030 주포세대]②
"결혼도 집장만도 안 묻는게 예의"…흔들리는 청년 주거
입력 : 2017.01.03 09:09
인디밴드를 하는 최승우(29·가명) 씨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월세 25만원을 내고 6.6㎡짜리 고시원 지하층에 살고 있다. 그 전에는 인근 월세 35만원짜리 원룸에 살았지만, 연습실 비용 25만원을 매달 부담하고 연습실과 가까운 홍대에서 살기 위해 월세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나야 음악을 한다고 여기 이렇게 살지만, 대학가 고시원엔 졸업하고도 여전히 구직난에 시달리는 취업준비생들이 널렸다”며 “내 집 마련이나 결혼에 대해선 묻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했다.
▲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인근 골목벽에 원룸 세입자를 찾는 광고지가 붙어 있다. /고성민 기자
2030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은 더 이상 꿈의 범주에도 들지 못한다. 남들만큼 노력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삶 탓에, 집을 살 생각을 접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주거비용은 갈수록 치솟아 좁은 집에서 머무르는 것조차 이들에게는 벅찬 현실이다.
◆ 치솟는 주거비, 흔들리는 청년 주거난…“내 집 마련 꿈도 못 꿔”
대한민국 청년은 우울하다. 힘든 입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바늘구멍 만한 취업 기회를 뚫어도 넉넉지 않은 월급에 내 집 마련은 요원하다. 내 몸 하나 누일 공간조차 비좁아 원룸 단칸방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가구원수별 주거사용면적 차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가운데 만 29살 이하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면적은 30.4㎡로, 30~64세(47㎡), 65세 이상(59.6㎡) 등 타 연령층에 비해 훨씬 좁았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 39만가구까지 합치면 실제 청년층이 쓰는 주거면적은 더 좁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집으로 분류가 안 되는 고시원이나 옥탑방 등에서 사는 청년들도 많다. 서울시가 청년주거단체 ‘민달팽이유니온’ 등의 도움을 받아 2015년 내놓은 ‘청년정책의 재구성 기획연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4세 주거빈곤 청년은 2010년 기준 52만3869명으로 집계돼 전체 청년(229만4494명)의 22.9%를 차지했다. 주택법에 규정된 최저 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택이나 지하 및 옥탑, 고시원 등 주택 외의 공간에 사는 상태가 주거빈곤이다.
이처럼 청년들의 주거 질이 낮은 이유는 소득에 비해 주거비가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가구 중 임차료와 관리비, 난방비 등 주거비가 소득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가구 비율은 22.7%에 달했다. 서울 전체가 8%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현실의 벽 앞에서 내 집 마련은 ‘남의 나라 이야기’고, 집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직장인 2년차인 이현수(25·가명)씨는 서울 서대문구 이대 인근에서 월 43만원을 내고 고시원에 살고 있다. 개별 화장실을 쓸 수 있다는 이유로 8만원을 더 내고 있지만, 방은 6.6~9.9㎡ 정도로 침대와 책상, 옷을 걸 수 있는 공간만 간신히 마련돼 있는 정도다. 이씨의 꿈은 ‘탈(脫)고시원’이지만, 현실은 매달 150만원 안팎의 월급에서 부모님 용돈과 생활비 등을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이씨는 “지금 소득으로는 전세 보증금도 모으려야 모을 수 없는 상황인데,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꿀 일”이라며 “지금보다 월급을 더 받는다 해도 전세 이상 살기는 어려워 보여 내 집 마련보다 나를 위한 투자를 할까 싶다”고 말했다.
◆ “부모님 집에서 살래요”
▲ 서울 관악구 대학동 원룸·고시촌. 방값이 저렴해 서울대 재학생과 고시생들이 주로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찾아드는 사회초년생들이 늘고 있다. /이상빈 기자
처지가 조금 나아 부모로부터 약간의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년들이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진태민(29·가명)씨는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19.8㎡짜리 원룸에 전세로 살고 있다. 보증금 9000만원은 모두 부모님이 내줬다. 최대한 자신의 힘으로 집을 구하려 했지만, 지난해 자신이 번 소득이 1000만원이 조금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사할 뿐이다.
진씨는 “작품 하나를 맡으면 연습기간까지 합해 3개월 이상 걸리는 데, 정작 손에 쥐는 건 몇백만원 정도고 그마저도 고정적이지 않다”며 “고정 수입이 있는 일반 직장인이 아니면, 이런 조건에선 앞으로 10년이 넘어도 집 살 형편은 안 될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모님 집에서 아예 눌러앉을 생각을 하는 젊은층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3년차 조미진(31) 씨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 생각이다. 조씨는 “주변 지인들을 봐도 회사 가까운 곳에서 월세로 자취를 하면 월급이 200만원이 넘어도 이것저것 빼면 저축은 불가능하다”면서 “왕복 2시간이 넘는 장거리 출퇴근을 하며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만 금전적 현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내 집을 꼭 마련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79.1%로 2010년(83.7%)에 비해 4.6%포인트 줄었다. 특히 34세 이하의 응답자는 70.9%만이 내 집 마련 의사를 보여, 젊을수록 집을 살 필요가 없다고 느끼거나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집을 사기는커녕 소비 여력 자체가 줄어 결혼·출산 등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막히고 있다”면서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2/2017010201833.html#csidxab7390c5e3ec406a7b3d6d77fd7e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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