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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기, 타임캡슐에 담다2] ⑧엑스포가 알리고 과학이 키운 대전, 변신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본문
[2020 여기, 타임캡슐에 담다2] ⑧엑스포가 알리고 과학이 키운 대전, 변신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네잎클로버♡행운 2021. 1. 18. 20:41[2020 여기, 타임캡슐에 담다2] ⑧엑스포가 알리고 과학이 키운 대전, 변신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 입력 2020.11.27 06:00
[조선비즈 창간 10주년 기획]
2020년은 21세기의 원년인 2001년에 출생한 사람이 성년이 된 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며 경제와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해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서도 옛 건물이 허물어지는 동시에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래에는 한국 곳곳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창간 10주년을 맞은 조선비즈가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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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최대 도시이자 대한민국 중부를 영·호남과 연결하는 교통의 도시인 대전. 서울이 올림픽을 계기로 대대적인 단장을 거쳤던 것처럼 대전의 지도 역시 엑스포를 계기로 새로 그려졌다. 철도역 같은 사회간접자본이 정비된 것은 물론, 엑스포과학공원과 엑스포다리, 엑스포시민광장, 엑스포아파트 등이 들어섰다.
엑스포의 도시였던 대전은 이후 2기 신도시 개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성장과 함께 행정도시, 과학도시로 이름표를 바꿔달았다. ‘전국에서 석박사가 가장 많은 동네’란 수식어도 붙었다.
2020년 현재 대전은 다시 한 번 변신을 꾀하고 있다. 행정수도 세종시로 인구가 꾸준히 유출되는데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된 구도심이 쇠락하면서 동서 불균형이 심해진 탓이다. 도시 곳곳에서 정비사업과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전후 개도국 첫 엑스포 개최···엑스포공원은 이제 역사 속으로
1988년이 서울올림픽으로 전국이 뜨거웠다면, 1993년은 대전의 해였다. 한국이 세계박람회(EXPO)에 처음 참가한지 꼭 100년 만에 전후 개발도상국 중에서 최초로 엑스포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이래 엑스포는 선진국만의 잔치였다. 미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벨기에 같은 북미, 유럽 일부 국가와 일본만 번갈아가며 행사를 개최했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엑스포에 처음 참가했을 당시 한국관은 기와집 형태로 꾸민 작은 전시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구한말 총포류와 짚으로 만든 어린이 신발, 옷감이나 반짇고리 등을 보관하는 대나무 공예품 등 30점을 선보였다.
신문과 방송에서 매일 같이 진행 상황을 전한 가운데 대전엑스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공식 집계된 입장객은 모두 1400만5808명. 이중 해외 관람객 70만명을 제외하면, 당시 국민 3명 중 1명 꼴로 박람회장을 찾았다. 1990년대에 초·중·고교생이었다면 한 번쯤은 대전으로 가족여행이나 수학여행을 갔을 정도다. 대전엑스포는 규모가 큰 인정박람회임에도 254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0년 11월 현재,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에 남은 엑스포의 흔적은 한빛탑과 기념관 정도다. 우주탐험관, 자동차관 등 30여개 전시장은 대부분 2000년대 들어 차례로 폐관됐다. 엑스포의 열기가 가시자 대규모 전시공간을 유지하기에 경제적인 부담이 컸던 탓이다.
대한항공이 후원해 만든 미래항공관은 제주도로 이전됐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제공한 번영관은 오는 2022년 준공을 목표로 대전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 재건축될 예정이다. 다만 전민동에 조성된 엑스포공원 주변에는 삼성, 롯데, 대우, SK(당시 선경그룹) 등 행사를 후원한 국내 대기업들의 이름이 붙은 엑스포아파트 단지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20년 현재 대전에서는 엑스포의 유산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공간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성구 신동, 둔곡동 일대 344만5118㎡ 부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지정돼 2016년 착공했다. 오는 12월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엑스포 전시장들이 철거된 자리에는 다양한 산업·연구 기반시설들이 조성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 세트장인 스튜디오큐브가 지어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본원도 이곳에 들어섰다. 지난 2011년 IBS가 설립된 이후 전국에 흩어져 있던 산하 연구단을 한 곳으로 모았다. 2018년 1단계 이전이 이뤄졌고, 2021년까지 남은 연구센터들이 이전해온다.
신세계그룹컨소시엄은 오는 2021년 준공을 목표로 대전사이언스콤플렉스를 짓는 중이다. 높이 193m, 지하 5층~지상 42층짜리 복합시설로, 완공되고 나면 대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백화점·전망대·호텔 등 문화·상업시설과 벤처기업 지원센터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 석박사 ‘전국 최다’ 타이틀 가진 과학도시의 면모
2020년 현재 대전은 수도권과 가깝고 철도 연결성이 좋은 입지를 살린 행정·과학도시로 자리잡았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대전청사와 관세청, 특허청, 통계청, 조달청, 문화재청, 산림청, 병무청, 국가기록원 등 공공기관이 대전에 모여 있다.
정부 대전청사와 공기업 본사와 연구기관들이 밀집한 도시인만큼, 전국에서 인재가 모여들기도 했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현재 대전 거주자의 60.5%는 대전 외 지역에서 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광역시 중에서 인천(64.2%)에 이어 두 번째로 외지인 비율이 높다.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 자치도의 경우 토박이 비율이 50~70%에 이르는 것과 대조된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자리한 유성구는 전국에서 석박사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구(區)이기도 하다. 2018년 연구개발특구 통계조사에 따르면 박사와 석사가 각각 1만5519명, 1만2759명 거주한다. 유성구 주민 10명 중 1명은 대학원 학위 소지자라는 뜻이다.
그 덕분에 대전은 한국에서는 서울 다음으로 교육하기 좋은 대도시로 꼽힌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가 선정한 ‘2019년 최고의 교육 도시(QS Best Student Cities 2019)’ 89위로 선정돼, 서울을 제외한 한국 도시로는 유일하게 순위에 들었다.
대전을 과학도시로 성장시킨 첫번째 동력은 국내 첫 연구개발특구인 대덕연구개발특구다. 1992년 준공된 대덕연구단지와 이후 조성된 대덕테크노밸리 등이 2005년 7월 대덕연구개발특구로 묶였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지구이기도 하다.
정부 출연연구소도 대부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모여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공공연구기관 33개와 한국전력공사 산하 전력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같은 기타연구기관 9개 등이다.
대기업 연구소와 중소기업 연구센터 등도 대거 입주했다. 삼성중공업, 대한항공, 대림산업, GS칼텍스, LG화학, SK 등 플랜트·석유·화학 업종 연구소들이다. 그 덕분에 대덕연구개발특구는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다. 연구개발특구진행재단에 따르면 입주 기업 수는 지난 2005년 12월 말 687개사에서 2020년 10월 말 2562개사로 늘었다.
입주기업의 합산 매출액은 2005년 2조5639억원에서 2018년 18조4077억원으로 증가했다. 고용인원은 2만3558명에서 7만5700명으로 세 배로 늘었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특구 내에서 연구개발에 투자된 돈만 8조원이 넘는다.
◇ 신도시·과학도시 vs. 구도심··· 동서 격차 완화도 해묵은 숙제
과학도시로 성장한 대전 역시 성장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도심인 대덕구와 동구 등 동대전과 신도시로 개발된 서구, 유성구 등 서대전은 일자리, 상권, 주거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차이가 난다. 동서 격차는 인구 격차로도 나타난다. 대전광역시청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으로 대전 총인구의 약 60%가 유성구와 서구, 2개구에 거주한다.
우선 굵직한 일자리가 대전 서쪽에 집중됐다. 유성구, 서구에는 정부대전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대덕연구단지, 둔산신도시와 도안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가 조성됐다. 대전지방법원에서 대전시청, 탄방역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충청지사들이 채우고 있다.
새로 조성된 상권도 서쪽의 몫이다. 서구에는 매출 기준으로 충청권 1위 백화점인 갤러리아 타임월드를 중심으로 상점과 식당, 카페 등이 밀집해 있다. 갤러리아 타임월드에서 이어지는 상점가는 인근 아파트 상가와도 연계된다. 유성구에는 카이스트와 충남대를 사이에 두고 궁동에서 어은동까지 대학가 상권이 형성돼 있다.
신축 아파트도 서구와 유성구에 몰려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개발된 1기 둔산신도시에 이어 2기 도안신도시가 2000년대 들어 서구와 유성구에 조성됐다. 도안신도시 2단계 사업지는 오는 2021년 말 대전 아이파크시티1, 2단지 아파트를 끝으로 완성된다. 도안호수공원이 있는 갑천지구도 택지개발이 진행 중이다.
대전이 행정수도인 세종시의 배후도시 역할까지 떠맡으면서 집값도 상승세를 보인다. 중대형 면적 신축 아파트로 구성된 도안신도시의 집값은 웬만한 수도권과 맞먹을 정도로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10월 상대동 ‘트리풀시티9단지’ 전용면적 127㎡형의 매매가격은 10억7000만원이다. 공공기관 직원과 연구원 등 고학력·고소득 외지인들이 신도시를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대전 서쪽으로 인구와 부가 함께 유입된 것이다.
반면 일제강점기 때부터 대전의 원도심이던 동구, 대덕구와 중구 동쪽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다. 대덕구 철도차량정비단(정비창)과 KT&G 본사,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정도를 제외하면 규모가 큰 기업이 없다시피 하다.
KTX대전역과 대전복합터미널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권 역시 저층 상가와 전통적인 업종이 주를 이룬다. 대전역 서쪽에 형성된 상업지구는 한약재 거리와 건어물 거리, 인쇄소 거리와 오래된 여관들이 차지하고 있다.
주거 지역의 대부분은 오래된 다세대·단독주택이 차지한다. 대전역 동쪽으로 5분만 걸어가면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노후한 단층집들이 보인다. 고물상이며 대중목욕탕, 수퍼마켓 같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대전시는 동서 균형발전과 원도심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구 용전동 시외버스터미널과 광역버스터미널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쇼핑몰과 대형마트, 영화관 등이 들어선 대전복합터미널로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전시는 2020년부터 10년에 걸쳐 구도심 지역을 관통하는 대전천을 비롯해 유등천, 갑천 등 3대 하천을 정비하는 그린뉴딜사업을 추진한다.
20년 가까이 표류했던 대전역 주변 개발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2020년 7월 한화계룡컨소시엄이 대전역세권개발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동구 정동과 소제동 일대 재정비촉진지구 중 대전역과 가까운 복합2-1구역 약 3만㎡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9000억원을 들여 주거와 상업·업무·숙박 등 복합시설을 짓는다. 오는 2023년 착공해 2025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혁신도시도 조성될 예정이다. 2020년 3월 균형발전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대전과 충남 지역에도 혁신도시가 들어설 수 있게 되면서, 대전역세권지구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였던 대덕구 연축지구가 후보지로 선정됐다.
대전 동부권에서는 도시정비사업도 대거 추진되는 분위기다. 2020년 11월 기준으로 동구에서는 성남동, 소제동, 삼성동 등 9개 정비구역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덕구 대화동과 중구 대흥동, 선화동 일대에서도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동구 대동, 중구 대사동 등에서는 1만7000여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도 진행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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