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촉발한 재택근무와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결합)이 세컨드하우스 시장을 키우고 있다. 사치를 막는다는 취지로 1973년 도입됐던 ‘별장 중과세 제도’의 폐지를 위한 법안도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도시 사람들이 휴양 및 여가를 위해 세컨드하우스를 구입하면 농어촌 지역의 주택 거래가 활발해져 실질적인 지역 인구 증가와 지역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세컨드하우스는 미국에서 2020년 설립된 부동산 공동소유 스타트업 ‘파카소’가 시장을 급성장시켰다. 이 회사는 내파밸리 등 미국의 인기 휴양지에 공동 별장을 지어 8명에게 나눠 판다. 연중 8분의 1 기간만큼 ‘나만의 세컨드하우스’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려는 수요가 몰려 이 회사는 창업한 지 1년도 되기 전에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등극했다. 파카소의 성공을 보고 유럽에서도 ‘알타카사’ ‘프렐로’ ‘프랙털홈스’ 등의 스타트업이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 한 달 살기’ ‘양양 한 달 살기’ 등을 경험한 MZ세대가 세컨드하우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주로 도시에서 나고 자란 MZ세대는 시골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자신들의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싶어 한다. 가용 예산은 주로 1억 원 미만. 최근 국내 건축 관련 스타트업들은 이런 소비자 니즈를 겨냥한 공유 별장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클리’의 ‘마이세컨플레이스’ 서비스는 시골의 10평대 빈집을 사들여 고친 후 5명에게 나눠 팔기 때문에 공동 소유주 한 명당 부담액이 5000만 원이다. 잡초 제거나 동파 방지 등 단독주택의 어려운 유지관리는 물론 이웃과의 의사 소통도 전문가가 대신해 준다. ‘스테이빌리티’는 일본의 ‘낫어호텔’을 벤치마킹해 강원 홍천에서 ‘밀리언 그라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동 소유주들이 이용하지 않을 때에는 호텔로 운영해 공실률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문모 씨(32)는 최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 9평짜리 모듈러 주택(6000만 원대)을 지었다. 육로가 없어 건축자재 공수가 까다로운 상황을 공정의 80%를 미리 짓는 모듈러 주택으로 해결했다.
공장에서 규격화를 거쳐 생산되는 모듈러 주택은 공사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든다. 건설 현장의 소음과 폐기물, 인력 부족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건물을 조립할 수 있어 인기다. 세컨드하우스에서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주방을 넓게, 책을 읽고 싶다면 서재를 넓게 짓는 식이다. 대기업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GS건설이 신사업을 위해 2020년 세운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는 최근 충남 당진에 샘플하우스를 열고 30평대 모듈러 주택을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다음 달 국내 모듈러 단독주택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삶의 질이 중시되면서 다양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세컨드하우스는 더 이상 사치재가 아니라 젊은 세대를 시골로 불러들일 수 있는 지방 소멸 방지 대책이라는 인식 전환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