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준비+기회
15년만의 강남 '그린벨트 아파트'…30평대 12억 넘을 수도 본문
15년만의 강남 '그린벨트 아파트'…30평대 12억 넘을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4.11.19 00:46 안장원 기자
2010년 말 서울 강남에 '반값' 아파트가 분양했다. 서울 강남구 강남지구와 서초구 서초지구 내 공공분양 단지들이었다. 분양가가 3.3㎡(공급면적 기준)당 1000만~1100만원이었다. 정부는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분양가가 3억7100만원이던 서초지구 전용 84㎡(서초힐스)가 14년이 지난 지금 실거래가 기준으로 최고 15억5000만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당시 신축 아파트나 재건축 추진 단지, 분양가 규제를 받아 가격이 낮은 상한제 단지를 훨씬 능가하는 상승률이다. 2009년 입주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가 1.7배 상승,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 1.6배, 강남 첫 재건축 상한제 단지인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도곡카운티(옛 진달래) 2배 정도다.
분양 이후 서초구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44%, 한국부동산원)의 7배 정도 치솟은 이 단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 위에 세워진 이른바 'GB 아파트’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한 보금자리지구에 들어선 ‘보금자리주택’이다. 강남지구를 비롯해 하남시 미사지구 등의 수도권 GB 아파트 몸값은 이후 빠르게 뛰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전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급등한 집값에 지쳐있던 무주택 서민에게 보금자리주택은 획기적이고 파격적이었다”고 말했다.
300% 넘는 보금자리주택 상승률
지난 13일 정부가 서울과 인근 수도권 3곳(고양·의왕·의정부)의 그린벨트(688만㎡)를 해제해 택지를 개발하고 주택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 등 일대 서리풀지구는 강남권에 15년만의 그린벨트 해제 지구다. 서초지구에 뒤이어 개발된 보금자리지구인 내곡지구를 둘러싸고 있다. 규모(221만㎡)가 강남권 4개 보금자리지구(288만㎡)의 75%다. 이들 신규 택지가 보금자리지구의 ‘로또’ 신화를 재현할까.
보금자리지구가 공공택지여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는 상한제(택지비+건축비)를 적용받았다. 저렴한 분양가의 열쇠는 택지비 인하였다. 택지비가 택지 개발에 들어간 실제 비용인 조성원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전용 60㎡ 이하 조성원가 95%, 65~85㎡ 110%였다. 보금자리지구가 개발이 제한돼 땅값이 싸다 보니 보상비가 적게 들어가 조성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보금자리지구의 용적률 상향과 녹지공간 축소도 분양가 인하에 도움이 됐다. 대지에 지을 수 있는 건축 연면적 비율인 용적률이 올라가면 필요한 대지지분이 줄어 그만큼 택지비가 적다. 녹지율이 낮으면 민간 등에 팔 수 있는 택지가 늘어나 사업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주거 쾌적성을 다소 희생하면서 분양가를 낮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GB 아파트에서 보금자리주택만큼 저렴한 분양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택지비 기준이 조성원가가 아니라 시세와 비슷한 감정평가금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전용 60~85㎡ 용지, 2015년 전용 60㎡ 이하 용지의 택지비 기준도 전용 85㎡ 초과에 적용하던 감정평가금액으로 높였다. 과도한 시세차익을 제한한다는 이유였다.
건축비보다 3배 더 오른 택지비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조성원가와 감정평가금액 간 차이가 크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하남시에 걸쳐 개발된 위례신도시의 조성원가가 3.3㎡당 1100만원이다. 지난해 말 분양한 공공분양 택지비 감정가는 2배가 넘는 2450만원이었다. 2011년 11월 3.3㎡당 1159만원이던 위례 전용 60㎡ 이하 공공분양 분양가가 지난해 말 2671만원으로 130% 상승했다. 택지비가 209% 오르며 분양가를 확 끌어올렸다. 건축비 상승률은 60%다.
업계는 현재 시점 기준으로 서리풀지구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국민주택 규모인 30평대가 고가주택 기준인 12억원을 넘길 수 있다. 지난 9월 분양한 동작구 수방사 부지 공공분양 분양가가 3.3㎡당 3500만원이었다. 택지비 감정평가금액 그대로 산정했으면 3.3㎡당 4000만원까지 나왔을 텐데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조정한 가격이 이 정도다. 이 단지 옆 아파트 시세가 3.3㎡당 5300만원 정도다. 서리풀지구 옆 내곡지구 시세가 3.3㎡당 5800만원 선이다.
정부도 고분양가를 우려해 용적률을 250%로 높이기로 했다. 기존 보금자리주택지구 용적률이 210% 정도다. 용적률이 210%에서 250%로 올라가면 3.3㎡당 4000만원인 분양가가 3500만원으로 내려간다. 용적률 상향은 건축 연면적을 늘려 주택공급 확대 효과도 있다. 정부는 용적률 상향으로 서리풀지구 크기가 4개 보금자리지구보다 25% 작아도 주택공급량은 1000가구 더 많은 2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금자리지구 2년 반 만에 분양
분양가와 함께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빠른 공급이다. 대규모 택지 공급은 정부 계획보다 늦어지기 일쑤다.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총 34곳 중 입주가 완료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입주까지 소요기간이 8년 이상으로 예상되는 곳이 3분의 2(23곳)였다. 2018년 말 발표된 3기 신도시가 6년이 지나서야 지난 9월 인천 계양지구에서 첫 분양이 이뤄졌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정도 지연됐다.
정부는 이번 신규 택지의 개발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해 당사자가 많고 복잡한 보상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구 지정 전 보상 작업에 먼저 들어가고 지구계획도 수립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첫 분양이 5년 후(2029년 말)에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신도시보다 규모가 작은 점을 고려해도 보금자리지구 시범지구의 경우 대상지 발표(2009년 5월)에서 첫 분양까지 1년 반~2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리풀지구의 2.5배가 넘는 하남 미사지구(568만㎡)가 2년 반이었다.
김선주 경기대 교수는 "인허가 급감 등으로 주택공급 부족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번 신규 택지 개발의 '속도'가 부동산 시장 안정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15년만의 강남 '그린벨트 아파트'…30평대 12억 넘을 수도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 중앙일보
'부동산의 흐름 > 부동산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 땅을 화물차 주차장으로 … 운전자도 땅주인도 윈윈" (4) | 2024.11.19 |
---|---|
"그린벨트 풀린다는데 땅 사도 될까요?" 개발까지 최소 10년, 변수도 많아 유의 (4) | 2024.10.18 |
용적률 더해도 '25평 집 19평' 된다…동부이촌 조합 "재건축 안 해" (8) | 2024.10.17 |
“이걸 기다려 말어”…그린벨트 풀어도 입주까지 7년 넘게 걸린다는데 (3) | 2024.09.12 |
서울~세종고속道 개통 전, 어떤 땅 사야 할까 (10) | 2024.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