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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준비+기회

[전태훤의 왈家왈不] 1987 간첩, 그리고 2020 투기 본문

성공을 향한 초보자 필독/사회적 이슈

[전태훤의 왈家왈不] 1987 간첩, 그리고 2020 투기

네잎클로버♡행운 2020. 7. 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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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훤의 왈家왈不] 1987 간첩, 그리고 2020 투기

조선비즈 / 전태훤 기자 / 입력 2020.07.22 09:11

 

1987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20대 대학생 두 명의 안타까운 죽음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 놓는 사건이 된다.

‘탁' 치니 ‘억'하며 죽었다고 발표됐던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쇼크사로 은폐하려던 신군부의 조작으로 드러나며 군사 정권을 향한 대중의 분노를 샀고, 고문치사 진상 규명과 호헌(護憲) 철폐를 외치다 경찰이 쏜 진압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 이한열의 죽음은 전두환 정권의 장기 집권 시도에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 제동을 건 6월 민주화 항쟁으로 번졌다.

정권 눈 밖에 나는 순간 반정부 인사며 불순분자며 간첩이라 해서 모조리 잡아 가두고 혐의를 씌우던 서슬 퍼런 시절, 억울하게 끌려가고 죽임을 당한 이가 어디 이들뿐이었을까. 없던 간첩도 만들어 내던 시절이었으니, 무고한 이들이 억압받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것쯤은 예삿일이었을터.

 

신군부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호헌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D

 

40년이 지난 2017년 헌정 유례 없는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임기 중 파면되고 5월 ‘장미 대선’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투기를 적폐로 삼고 집값 잡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비록 추구하지 못한 가치가 됐지만 신군부 시절에도 ‘정의 사회 구현’이란 그럴듯한 국정 운영의 모토가 있었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는 ‘서민·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국정 운영이자 부동산 대책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런 정부의 눈에 내 돈 아닌 은행 빚과 전세 보증금을 지렛대로 삼아 주택을 사들였거나, 사는 집 외에 더 많은 주택을 가진 이, 어울리지 않게 비싼 집을 가진 경우 적폐 투기꾼으로 비쳤다. 그리고 임기 3년을 넘기는 동안 시장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 투기꾼을 솎아내고 집값을 잡겠다며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꾸준히 돈줄(대출)을 조여왔고,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에게는 보유세 부담을 늘려 주택 처분을 압박했고, 집을 사는 경우에는 집값의 최대 12%에 달하는 취득세를 물려 더는 집 살 마음이 들지 않도록 과세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또 집을 팔 때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해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혹시 양도가 아닌 증여로 빠져나가는 꼼수에도 대비하기 위해 증여 취득세율도 3배(4%→12%)나 높이기로 했다.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줬던 세제 혜택도 없앴다.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주택 임대 소득의 세원을 얼추 확보했으니, 다주택자라는 같은 속성을 가진 임대사업자에 세제 혜택을 더 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개정에 이어 표준 임대료까지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하도록 한다니, 세를 주는 경우라면 자기 집이라 해서 본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정부는 1주택 실수요자의 피해는 없을거라 하지만, 집을 갖고 있기도 처분하기도, 새로 사거나 임대를 하기도 마음대로 하기 힘들어진, 불편한 세상이 된거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 세입자는 사정이 나아졌을까? 전세난은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더 불안하다. 늘어나는 세금 부담이 빠르게 임대 보증금으로 전가돼서다. 늘어나는 인상분을 월세로 받는 반전세도 늘면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도 커졌다. 그 사이 집값마저 빠르게 뛰고 있으니 소득이 그만큼 늘지 않는 한 내 집 마련도 덩달아 멀어지고 있다. 집값도 전셋값도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누군가는 과세 징벌과 반(反)시장주의라 말한다. ‘그때'는 구속과 고문으로 사회를 통제했지만, 지금은 징벌적 과세와 규제로 시장을 다룬다고. 정부는 집값 잡기를 위한 조세 정의 실현이자 무주택 서민 보호라고 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서너배씩 올린 세금 중과 조치에 담긴 ‘살지 않는 집은 처분하라’ ‘집을 팔든 갖고 있든 불로소득인 시세차익과 임대소득은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집은 한 채여야 미덕이고, 땀 흘려 벌지 않은 소득은 나쁜 소득이고, 남보다 더 가지면 투기의 족쇄부터 채워지고, 집값도 전셋값도 정부 눈높이에 맞아야 하는 오늘의 대한민국. 집이 있든 없든, 한 채를 가져도 여러 채를 가져도 터져나오는 부아는 무엇인가? 투기에 격분하는 것인가, 빼앗긴 자본주의 시장경제 가치와 시장의 자율에 분노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