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 조각투자에 칼뺀 당국…업계 "어디까지 규제 받나" 촉각

'규제 사각' 조각투자에 칼뺀 당국…업계 "어디까지 규제 받나" 촉각

미술품 거래만 年500억원
규제대상 포함된 음악업계
"당국 가이드라인 준수할 것"

• 김슬기, 박대의, 최근도 기자 / 입력 : 2022.04.20 17:54:20   수정 : 2022.04.20 19:30:17

◆ 뮤직카우 증권 인정 ◆

금융당국의 '조각투자' 규제 발표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음악, 미술, 부동산 등 각 분야의 조각투자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우선 직접적 규제 대상이 된 음악 업계는 금융당국의 규제에도 저작권자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음반사 관계자는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음원은 발매되고 시기가 지난 경우가 많아 저작권자에게는 부수입 개념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소위 '역주행'처럼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음원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 이번 규제가 저작권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품 성격에 따라 투자 방식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뮤직카우에 적용된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미술작품을 조각투자 플랫폼이 현물로 구매해 투자자들에게 소유권을 분할한 뒤, 시세가 오르면 이를 되팔아 차익을 배분하는 '공동구매'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국내에서는 테사,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소투 등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이 각축전을 벌여왔으며, 작년 시장 규모가 500억원대로 추정될 만큼 급성장했다. 한 미술품 조각투자 회사 관계자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미술품 공동구매는 증권으로 보지 않는다는 법적 검토를 거쳤다"며 "음악 저작권 거래와 달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 강화 조치 등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온다면 보완해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투 관계자는 "그레이존이었던 조각투자 시장의 가이드라인이 제도화되는 사안이라 내부적으로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핀테크 기업 스탁키퍼가 운영 중인 한우 투자 플랫폼 '뱅카우' 등은 이번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뱅카우는 최소 4만원 이상 투자금으로 송아지 소유권의 지분을 살 수 있다. 송아지가 성우로 자라 팔리면 그때 지분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눠 받는 방식이다. 뱅카우는 뮤직카우와 투자 행태가 다소 다르다. 뱅카우가 여러 한우 농가와 협약을 맺고 개인투자자를 공모하면, 한우 농가는 전달받은 투자금으로 생후 6~11개월 송아지를 사들여 키우는 방식이다. 뱅카우 측은 "뱅카우는 주식 등과 달리 개인 간에 거래되는 형태가 아니고 실시간 거래가 아니기에 뮤직카우와는 조금 다르다"면서도 "법과 제도적인 부분에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조각투자 업계는 이번 금융당국의 판단을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카사, 비브릭, 펀블 등 부동산 조각투자 기업은 금융위원회나 중소벤처기업부 주관하에 자본시장법을 준수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동산 수익권을 기반으로 한 상품을 증권으로 신고했다. 카사코리아는 2019년 12월부터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고 영업 중이다. 카사는 빌딩 등 부동산을 기초로 발행한 토큰인 '디지털 수익증권(DABS)'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투자자들은 지분만큼 임대료 수익 등을 정기적으로 배당받는다. 비브릭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부동산 펀드의 수익증권을 디지털 증서화한 디지털 부동산 펀드(DREF)를 활용한다.

한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을 준수한다면 혁신 금융인 조각투자를 허락하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면서 "규제 준수하에 더 활발한 조각투자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 박대의 기자 / 최근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