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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어떻게 적은 돈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을까 본문
[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
기업은 어떻게 적은 돈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을까
수익률 올리는 ‘레버리지 투자’… 돈 빌려 투자 규모 확대하는 방법
회사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 갚는다는 증서인 ‘채권’ 판매
빌린 돈 지렛대 삼아 큰 수익 창출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지금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인 시라쿠사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라쿠사의 왕 히에론 앞에서 “긴 지렛대와 지렛목만 있으면 지구를 움직여 보이겠다”고 장담했다고 합니다. 허공인 우주에 지렛목을 놓을 곳이 어디 있으며, 또 그렇게 긴 지렛대가 가당키나 할까요. 오늘날 관점에선 말도 안 되지만 이 일화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도 지렛대, 지렛목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 지렛대 원리의 레버리지 투자
저도 아르키메데스처럼 장담할 수 있습니다. 무한히 많은 자금을 무한히 긴 기간 동안 빌려준다면 세계 제일의 갑부가 되겠노라고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투자의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100만 원을 투자해서 10만 원을 벌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10%의 수익률입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돈 100만 원을 담보로 빚을 내어 200만 원을 똑같이 투자했다면 20만 원을 벌었을 겁니다. 투자 총액 대비 수익률은 여전히 10%지만 내 돈, 즉 자기 자본 대비 수익률은 20%로 오릅니다. 더 과감하게 내 돈의 두 배를 어떻게든 빌려서 총 300만 원을 투자해 30만 원을 벌었다면 자기 자본 수익률은 30%까지 오릅니다.
이처럼 내 돈에 남의 돈을 더해 투자의 규모를 키우거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투자를 ‘레버리지 투자’라고 합니다. 여기서 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를 뜻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지렛대를 이용하여 작은 힘으로 큰 물건을 들어 올리듯 남의 돈을 빌려 큰 수익을 얻는 투자 방법입니다. 이때 빌린 돈 자체를 레버리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즉, 자기 자본금 100만 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인 200만 원을 빌린다면 ‘2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했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돈을 빌려 회사를 경영합니다. 만일 회사 금고나 통장에 돈이 쌓여 방치되고 있다면 그 기업은 게으른 기업일 겁니다. 기업들은 노는 돈 없이 모든 자본을 쏟아붓고, 그것도 모자라 최대한 많은 자금을 빌립니다. 그 돈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최신 설비를 갖추고, 신기술을 연구하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합니다.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죠.
은행에서 목돈을 대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채권을 발행하여 돈을 빌려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은행 대출이 한 명에게서 큰돈을 빌리는 방법이라면, 채권 발행은 많은 사람에게서 작은 돈을 빌리는 방법입니다.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회사채’,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국채’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A회사가 내년에 공장을 신축하는 데 500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칩시다. 이 자금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다고 가정해 보죠. 채권 한 개는 통상 1만 원입니다. 필요한 자금이 500억 원이니까 500만 개의 채권을 만들고, 이것을 시중에 판매해야 합니다. 이름도 붙여야겠죠. 공장 신축에 사용할 자금이니 ‘뉴팩토리’ 회사채라 합시다. 이번이 올해 처음 발행하는 것이니 ‘뉴팩토리 22-1호’라고 부릅시다.
채권은 돈을 빌린 후 갚겠다는 약속이 담긴 증서입니다. 그러니 언제 갚겠다는 기한이 표시되어야 합니다. 이를 ‘만기’ 또는 ‘만기일’이라고 합니다. 1월 1일 발행하고 12월 31일을 만기로 정합시다. 1년 동안 남의 돈을 빌려 쓰는 것이니 이자도 지급해야 합니다. 이자율은 연 5%로 합시다. 이자는 만기일에 한 번 주는 것으로 하고요.
다행히 A회사의 신용도가 매우 높아서 500만 개가 모두 팔렸습니다. 공장 신축자금 500억 원을 마련한 것입니다. ‘뉴팩토리 22-1호’를 사서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1년 후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도 있고, 만기일 전에 채권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채권은 소유자 이름을 써놓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주인이 바뀌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회사가 만기일에 채권을 제시한 사람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면 끝입니다. 시간이 흘러 만기일이 다가옵니다. 회사는 500억 원의 원금과 이자 25억 원을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공사 기간이 길어진다면 ‘뉴팩토리 22-2호’를 발행할 수도 있습니다. 빚으로 빚을 갚는 것이죠. 그러나 공장이 완성되고 신제품이 잘 팔려 대박이 나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처럼 회사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끊임없이 확보합니다.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채권 발행과 만기일 원리금 상환, 후속 채권 발행과 상환이 착착 이어집니다. 기업은 레버리지 투자로 거대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마침내 경제 성장의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야 할 채권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도미노와 같은 재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채권은 본질적으로 ‘타인 자본’이라고 부르는 남의 돈입니다. 반드시 갚아야 할 성격의 돈이죠.
만약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한다면 회사가 망할 수 있습니다. 사장은 수사를 받게 되겠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채권의 연결 고리 때문에 그 파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채권 시장에서는 신용과 보증이 매우 중요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라는 옛날 속담이 있는데 오늘날의 채권 시장에서 여전히 유효한 격언입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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