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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돈이 되는 기가?”… 80년대 회장님에게 2030은 왜 열광할까 본문
“그게 돈이 되는 기가?”… 80년대 회장님에게 2030은 왜 열광할까
[아무튼, 주말]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넷플릭스 1위 찍은 비결
이혜운 기자 / 입력 2022.12.17 03:00
“앞으로는 기술 장사해야 먹고 산다. 반도체는 우리 순양의 미래 먹거리다. 뭐 반도체가 돈이 되냐고? 그게 내 눈에만 보이는 기가?”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아니 진양철 회장과 막내 손자 진도준만 알았다. 미래엔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 될 것이라는 걸. 국내 넷플릭스 1위를 달리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송 시청률이 21.1%로 올해 최고 히트작으로도 꼽힌다. 이 드라마는 순양그룹에서 일하던 비서 윤현우가 억울한 죽임을 당한 뒤 그룹 일가의 막내 진도준으로 다시 태어나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인생 2회 차’ 이야기에 사람들은 왜 흥분하는 걸까.
◊저성장 시대가 원하는 기업가
먼저, 진 회장을 통한 ‘기업가 정신의 재발견’이다. 현재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인물은 배우 이성민이 연기하는 진 회장이다. 매회 진 회장이 한 발언은 ‘명대사’라며 인터넷을 달군다. 위 대사는 “, 그게 돈이 되는 기가?”라는 유행어로도 재탄생했다.
진 회장은 기본적으로 삼성그룹의 이병철 창업주를 모델로 하고 있다. 검은색 반뿔테 안경과 왼쪽 머리 가르마, 서예를 좋아하는 설정뿐만 아니라 인생 스토리도 유사하다. 진 회장처럼 이 창업주도 정미소를 운영하다가 운송 사업으로 확장했다. 자서전 ‘호암자전’에 이렇게 나온다. ‘부친에게 지원받은 쌀 300석 상당의 재산을 기반으로 1936년 마산에 협동정미소를 창업했고, 사업을 하다 보니 물자 수송 수단의 부족함을 깨닫고 일본인 회사를 매수해 트럭 20대의 운수회사를 경영하게 됐다.’
반도체 관련 에피소드도 이 창업주가 1983년 ‘도쿄 선언’을 통해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과 유사하다. 당시 여론은 “삼성이 반도체를 하면 망한다”였지만, 이 회장은 말했다. “난제는 워낙 크고 많다. 그러나 누군가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실제로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진 회장과 이 창업주를 비교하는 글과 영상이 화제다. 대표적인 공통점은 진 회장이 일식 호텔 셰프에게 초밥의 밥알 개수를 묻는 장면이다. 이는 신라호텔 조리부장 이병환씨가 실제 겪은 일이다. 그러나 진 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보이는 애착은 이 창업주가 아닌 이건희 회장과 가깝다. 이 회장은 “생전 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 누구보다 공부를 많이 했다. 전 세계 웬만한 자동차 잡지는 다 구독해서 읽었다”고 말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 전자 계열사가 국내 1위라고 자랑하는 장남에게 “국내 1위? 니 어디 전국체전 나가나?”라는 부분도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세계 챔피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 회장이 더 유사하다.
드라마 배경인 1980년대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기술 산업으로 전환하고, 해외 진출을 시도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밑거름을 다진 시기. 그러나 그동안 미디어에서는 이 시기 정치사를 다뤘을 뿐, 경제사에 돋보기를 들이댄 적은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2030세대들에게는 새롭고 매력적인 스토리로 다가온다. 한 30대 남성은 “드라마에서 진 회장이 나올 때마다 피가 뜨거워짐을 느낀다”며 “지금 같은 저(低)성장 시대, 그 같은 기업인이 다시 나타난다면 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생 2회 차 대리만족
또다른 인기 요인은 진도준(송중기)을 통한 ‘대리 만족’이다. 이 드라마는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으로 회귀, 빙의, 환생의 구조를 담고 있다.
인생 2회 차란 진도준 말처럼 ‘기회’다. 그는 이를 백분 활용한다. 분당 개발을 이용해 종잣돈을 만들고, 주식과 영화 투자로 재산을 불린다. 국내 IT 버블을 이용해서는 백화점을 인수한다. 전생에서는 흙수저 출신으로 오너 일가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다 억울하게 죽은 그가 환생해 그들을 한 방 먹이는 상황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자조하는 젊은이들에게 짜릿한 희열을 안겨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에 계층 간 불평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널리 퍼져 있다 보니, 주인공이 손쉽게 신분 상승을 이루고 승승장구하는 콘텐츠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배우들 열연도 인기 요소다. 현재 이성민은 “진 회장의 노쇠해가는 목소리까지 연기했다. 연기 대상은 따놓았다”는 극찬을 받는다. 20대 대학생 연기를 가뿐히 해낸 송중기도 제2의 전성기란 평을 받는다. 진양철의 고명딸로 출연한 김신록, 소시오패스 장손인 진성준을 연기하는 김남희도 존재감을 뚜렷이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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