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행운=준비+기회

인터뷰] `박준영` 전라남도지사, “가장 살기 좋은 은퇴도시 만들 겁니다” 본문

지방-혁신.기업도시/전라남도

인터뷰] `박준영` 전라남도지사, “가장 살기 좋은 은퇴도시 만들 겁니다”

네잎클로버♡행운 2012. 2. 12. 08:58
728x90

 

전남도지사 집무실에는 새 두 마리가 날아다닌다. 도청은 각 층마다 녹색 식물이 자라고 있고, 도지사 공관에는 닭 네 마리가 뛰어다닌다. 이 중 암탉 세 마리는 매일 두 개씩 달걀을 낳는다. ‘녹색의 땅 전남’이라는 표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박준영 전라남도지사(65)가 만든 모습이다. 박 지사는 지난 2004년 당선된 이후 3선에 성공하며 지금까지 7년째 전라남도 도지사로 일하고 있다.

올해에는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조직위원장까지 겸임하며 성공적으로 F1 행사를 이끌기도 했다. 그가 조직위원장을 맡은 올해 F1은 지난해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단계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1 본선 이틀 후 박준영 지사를 전라남도청에서 만나 도정 현안을 들었다.

1946년생
성균관대 정치학과 / 美 오하이오대 대학원 신문학 석사 /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 1972년 중앙일보 기자 / 1999년 대통령 공보수석 비서관 겸 대변인 / 2001년 국정홍보처장 / 2004년 전라남도지사(현)

전남권 지자체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 같습니다.

지자체 통합은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지금 지자체 통합은 도시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키우자는 게 핵심입니다. 물론 통합으로 수백만 명 규모의 도시를 만들면 정부 지원도 많이 받을 수 있는 등 장점이 있죠. 하지만 인간소외, 익명화 등 부작용도 많이 발생합니다.

더구나 행정학 전문가들은 한 행정구역 단위에 거주하는 이상적인 인구 규모로 2만명을 꼽습니다. 2만명이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서로 알고 지낼 수 있으며 치안, 행정, 교육 측면에서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통합을 원하는 도시들만 통합하고, 자치를 원하는 지역은 자치를 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뜻을 존중할 생각입니다.

어느 지자체 할 것 없이 경제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항입니다. 그래서 아들 기업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박 지사께서도 임기 중 기업 2000개를 유치하기로 하셨습니다. 그간 성과는 어떤가요.

저는 기업을 유치할 때 ‘남이 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전라남도만 할 수 있는 산업을 유치하자는 생각이죠.

일단 농식품 가공 업체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식품산업은 전라남도에서 난 원자재를 수도권으로 갖고 올라가 가공한 다음, 다시 전국으로 배송합니다. 운송을 두 번 하는 셈이죠. 하지만 전라남도에서 직접 농식품을 가공하고 바로 전국으로 배송한다면 운송 과정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요. 운송비도 줄어들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데다, 신선도까지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심지어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도 수도권에서는 쓰레기지만 여기서는 거름이 됩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농식품 가공 업체들을 많이 유치했고요. 최근에는 피자회사까지 전라남도로 이전했습니다.

두 번째는 기능성식품 산업입니다. 전라남도에는 웰빙(well-being) 식품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식품을 판매, 가공하기만 했죠. 나아가 이 식품에 들어 있는 좋은 물질을 추출해 새로운 기능성 상품을 만들어내는 바이오 기업을 유치할 생각입니다. 이를 도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어서 산하에 7개 연구기관을 만들기도 했어요.

세 번째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입니다. 전라남도는 전국 평균보다 10%가량 일조량이 많습니다. 수도권보다는 20% 많고요. 그래서 태양광 산업이 유망하죠. 또한 섬들이 많아 섬과 섬 사이의 조류를 활용한 발전회사와 관련 설비를 만드는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도지사가 된 이후 기업 유치에 역점을 둔 결과 기존 연평균 3만6000명씩 줄어들던 인구가 지금은 6000명 줄어드는 수준으로 감소 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만큼 고용이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죠.

2028년까지 5GW급 풍력발전기 1000여개를 세우는 해상풍력단지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나요.

전라남도 해안에서 생산할 수 있는 해상풍력발전 규모는 현재 한국 전력 수요의 70%를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합니다. 대단히 큰 프로젝트이지만 당장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어요. 국내 기업의 기술력 부족 때문입니다. 만약 당장 추진하면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데 전부 해외 부품을 사용해야 하거든요. 삼성이나 현대가 해외에서 풍력발전기를 만든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껍데기만 조립하는 수준입니다. 프로펠러, 터빈, 발전기 등 핵심 부품은 죄다 유럽에서 만들고 삼성은 상표만 붙여서 팔고 있어요.

얼마 전 100대 건설사 등을 대상으로 은퇴도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은퇴도시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남 인구 감소 폭을 줄일 수 있고, 두 번째는 국가에 기여하는 길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어 환경오염과 함께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범죄 발생도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은퇴자들이 수도권을 비워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환경도 좋고 공기도 깨끗하며 생활비도 수도권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은퇴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죠. 국가 전체의 효율을 생각하면 은퇴자들은 전라남도로 옮겨오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은퇴자들은 여전히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살던 사람들이 은퇴 장소를 물색할 때 중요시하는 것은 크게 레저와 건강입니다. 일단 즐길 거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골프장을 늘렸습니다. 제가 부임하기 이전 서너 개뿐이던 골프장이 지금은 신안, 진도 등 6개 시군을 제외한 모든 시군에 건설됐습니다.

더불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병원을 늘리고 장성 편백나무 숲 등 건강에 좋은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곳곳에 산책로도 만들었어요. 마을 뒷산마다 산책길을 내고 운동 기구를 설치했죠.

지금은 외지인들이 농촌의 작은 마을에서 한옥을 짓고 살 수 있도록 ‘행복마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흥군에서 친환경 은퇴자 도시 ‘정남진 로하스타운’을 시작으로 곳곳에 은퇴촌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옮겨가 사는 사람들은 텃세를 경험하던데요, 주민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구례를 다녀왔는데 작은 마을에서 삼성전자 전직 임원, 전직 군 장교, 교장선생님이 함께 살더군요. 이들이 공동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마을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기존 마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살아갈 수 있었는지 살펴봤더니, 비결은 그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농촌에서 살려면 작게나마 농토를 갖고 여가를 활용해 밭을 일구는 것이 좋아요. 외지인이 고급 주택을 짓고 살면 이 사람은 마을에서 ‘온리 원(only one)’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이들도 같이 농사를 짓는다면 은퇴자 역시 마을 사람 중 한 명(one of them)이 될 수 있죠. 이곳 주민들도 반듯한 집을 가지면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되니 금상첨화겠지요.

내년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를 위해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인데요, 건물 사후 활용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후 문제를 다루는 센터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증거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 바다입니다. 첫 번째 경고자죠. 사람들에게 기후 변화를 경고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해양관광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메카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있습니다.

영산강 복원 사업은 성공적으로 끝났나요.

자꾸 정치적으로 4대강 사업에 접근하려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철저하게 지역 숙원사업 해결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전라남도 도민들은 4대강 사업에 매우 우호적입니다. 영산강이 안고 있는 문제를 도민들이 이해하고 있거든요.

예전에 영산강은 지역 주민들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물길을 임의로 돌리거나 둑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하류로 갈수록 물이 오염되는 정도가 심각했죠. 이 과정에서 강에 물이 사라져 토사가 쌓여 작은 섬이 만들어졌는데, 일부 환경론자들은 이게 생태라고 주장하더군요. 하지만 이 섬은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잖아요. 이를 다 긁어냈으니 앞으로 영산강은 전라남도에 큰 역할을 할 겁니다.



F1은 국가적 행사…정부가 운영비 지원해야

F1 코리아 그랑프리에 참석한 박준영 지사와 김황식 국무총리.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막 끝났는데 지난해와 비교할 때 어떻습니까.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F1이 개최되다 보니 F1이 얼마나 인기 있는 스포츠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여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건물 완공이 안 될까봐 노심초사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국내 스포츠나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F1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티켓도 지난해보다 훨씬 많이 팔렸어요. 또한 교통 문제, 숙박 문제 등 지난해 지적됐던 문제들이 많이 개선됐고요.

다만 단체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대규모 숙박시설은 여전히 보완해야 할 문제라는 점도 인식했습니다. 해외에서 170여명이 전세기를 빌려 한꺼번에 입국했는데 이들을 한 번에 수용할 대형 숙박시설이 부족하더라고요.

타이틀 스폰서 기업을 못 찾고 있고, 전반적인 기업 후원도 타국 F1에 비해 부진합니다.

타이틀 스폰서는 없지만 올해 포스코와 SK 등 대기업 후원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지크를 만드는 SK루브리컨츠는 F1을 통해 유럽에서 홍보 효과를 크게 거둘 수 있었다고 고마워하더군요.

문제는 아직도 F1이 해외에서 얼마나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기업들이 잘 모른다는 겁니다. SK루브리컨츠처럼 F1은 해외 진출하는 기업인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어요. 현대차, 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합니다.

자동차 산업 측면에서 F1은 국내 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겁니다.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등 많은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F1을 통해 세계적인 기술력 확보를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부품 업체들도 시장 확대를 유도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스노타이어와 일반타이어 정도로 구별되지만, 자동차 산업 선진국들은 바람, 비, 햇빛, 온도에 따라 사용하는 타이어가 모두 다릅니다. 더불어 공기역학 등 자동차 관련 기술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인 행사다 보니 전라남도 단독으로 F1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도와줘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F1 뒤에는 ‘코리아 그랑프리’라는 말이 붙습니다. ‘코리아’라는 브랜드로 나가는 국가적인 행사라는 말이죠.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국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F1은 상당히 중요한 행사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관심이 크죠. 다만 정부에서 운영비를 지원해주지 않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우리나라는 올림픽으로 국가가 한 단계 점프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IMF 금융위기를 월드컵으로 극복했습니다. F1 역시 국가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면 분명히 국가적으로 큰 기여를 할 겁니다.

F1 경기는 단 3일 열립니다. 나머지 기간 동안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요.

지난해는 준공이 안 돼서 공식적으로 경기장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준공을 마친 올해부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일단 직접적으로는 모터사이클 경기를 비롯한 각종 모터스포츠를 할 수 있죠. 더불어 인라인스케이트나 트랙을 사용해야 하는 크고 작은 대회를 유치하려고 해요.

마라톤 경기장으로 사용하려는 생각도 있어요. 보통 마라톤을 하려면 시내 구간에 길을 막고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F1 경기장에서 8바퀴만 돌면 42.195㎞를 뛸 수 있거든요.

[대담 = 전호림 국장 horim@mk.co.kr / 정리 =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29호(11.11.0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