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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관광산업 인프라 펀드 절실합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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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과 맛있는 만남
외국 관광객 1000만명 시대…호텔객실은 절대 부족
한식 세계화 이제 시작단계…고급·독창성으로 승부 걸어야
"집에선 인정받는 요리사…점심 땐 직원들과 맛집 기행"
외국 관광객 1000만명 시대…호텔객실은 절대 부족
한식 세계화 이제 시작단계…고급·독창성으로 승부 걸어야
"집에선 인정받는 요리사…점심 땐 직원들과 맛집 기행"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58)은 미식가다. 직원이나 손님들에게 새로운 음식을 맛보게 하기 위해 ‘맛집’ 찾기에 열심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하거나 음식 관련 블로그를 수시로 찾아본다. 먹어 보고 괜찮다 싶은 집이면 관광공사 홈페이지에 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한다.
‘맛있는 만남’의 주인공으로 딱 어울리겠다 싶어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퓨전 한식집에서 그를 만났다. 통유리로 창을 낸 2층의 룸에 그가 들어섰다. 실내가 꽉 차는 느낌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과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저녁 메뉴 가운데 A코스와 독일산 화이트 와인인 닥터 루젠 리슬링(2010년)을 주문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A코스는 홍초샐러드와 닭가슴살구이, 생감자검은콩국수, 훈제연어고구마볼, 녹두전, 토마토소스 해물탕, 홍초버섯볶음, 삼겹살찜과 샐러드, 된장찌개와 밥, 후식의 순으로 나온다고 종업원이 설명해준다.
▶단골인 것 같은데 이 집은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평소 요리와 음식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공인 셰프는 아니지만 집에선 나름 인정받는 요리사예요. 며칠 전에는 한류관광팀 직원들과 종로5가에 있는 ‘닭한마리 칼국수집’에 갔는데 양념은 각자 하게 돼 있어요. 마침 두 테이블로 나눠 앉게 돼 어느 테이블에서 더 맛있게 국물을 만드나 시합(?)을 했죠. 닭요리를 할 땐 막걸리를 약간 부어주면 잡냄새가 없어져서 좋아요. 닭고기의 살을 좀 발라놨다가 칼국수를 끓일 때 같이 넣으면 맛있는데요, 칼국수를 끓일 땐 국수를 끓는 육수에 세 번 정도 담갔다 뺐다 해주면 면발이 훨씬 쫄깃해져서 맛있답니다. 제 블로거에도 사진이랑 다 올려놨어요.”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첫 음식인 홍초샐러드와 닭가슴살구이가 나왔다. 겨자잎과 적근대, 치커리 등을 채소 위에 홍초로 드레싱하고 구운 닭가슴살을 올렸는데 맛이 깔끔하고 양도 넉넉하다. 샐러드를 개인접시에 덜어 맛을 보던 이 사장은 “제가 한국에 온 지 34년 됐는데 처음 왔을 땐 이처럼 다양한 채소가 없었고 상추 배추 정도가 다였다”며 “한국의 음식문화가 엄청 발달했다”고 했다.
그의 음식기행담이 이어진다. 삼청동에는 유명한 수제비집을 비롯해 그가 옛날부터 다니던 보리밥집 등 단골집이 많아 한 달에 한두 번은 간다고 한다. 강남의 청담동 신사동에 자주 간다.
▶맛집도 자주 찾아다니시나요.
“점심 때 공식 일정이 없으면 관광공사 직원들과 팀별로 약속을 잡아 이태원이나 삼청동 인사동 종로 등으로 함께 맛집기행을 갑니다. 이태원에도 재미있는 집들이 많아요. 프랑스나 스페인 식당은 물론 불가리아 브라질 타이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좋지요. 퓨전 한식도 있고요. 지난주엔 1주일 내내 시장 골목만 다녔는데 남대문시장 안 칼국수집이 참 좋았어요. 손칼국수집인데 보리밥과 비빔국수도 덤으로 줘요. 1980년대 초반 한독상공회의소에 2년 동안 근무했는데 그땐 남대문시장에 자주 가서 감자탕 갈치조림 등을 많이 먹었지요.”
▶직원들도 좋아합니까.
“제가 항상 새로운 식당을 ‘개발’해서 함께 가니까 좋아하죠. 가보고 맛있다 싶으면 가족들을 데리고 또 간답니다. 이태원의 불가리아 식당 ‘젤렌’의 인기가 높아요. 코파카바나그릴이라는 곳에선 2만8000원만 내면 소·닭·돼지고기와 소시지 등을 무제한으로 구워먹을 수 있어서 많이들 좋아하지요.”
▶한식 세계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성과가 어떻습니까.
“사실 일본은 이미 30년 전에 세계화를 시작해 음식과 문화, 제품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음식과 문화를 고급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령 한국음식은 국내에서도 일식이나 중식에 비해 싼 음식입니다. 물론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음식도 있어야 하지만 고급 한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있어야 돼요. 일본은 처음부터 일식을 비싼 고급 음식으로 세계에 알렸거든요. 세계적인 셰프들이 서울에 와서 인사동, 노량진수산시장, 양재동 등을 다니며 한국 음식을 먹어 보더니 ‘유럽에서 3년 배울 내용을 한국에서 하루 만에 다 배웠다’고 해요. 그만큼 우리 음식이 고급스럽고 독창적이라는 겁니다.”
주방에서 탄력이 붙었나 보다. 생감자검은콩국수와 훈제연어고구마볼, 녹두전이 잇달아 나온다. 사실 한식을 코스로 먹으면 분위기는 좋은데 불편함도 있다. 양식처럼 개인별 접시에 음식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어서 이야기 흐름이 끊기기 쉽다. 이럴 땐 처음부터 전통 한정식처럼 한상을 차려 놓고 먹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쯤에서 화제를 돌리는 게 좋겠다.
▶작년에는 막판 스퍼트를 했지만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아쉬웠겠어요.
“사실 일본 대지진 이후 상반기 마이너스가 워낙 컸어요. 하반기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고 막판에는 총력을 기울여 스퍼트를 했지만 결국 숙박시설이 발목을 잡았어요. 10월부터는 100만명 이상이 한국에 오려고 했는데 방이 없어 못왔거든요. 일본의 라쿠텐, 중국의 씨트립 등 개인자유여행(FIT) 전문여행사들은 방을 구하지 못해 고객들의 예약을 거절했으니까요. 중국 국경절 땐 송탄의 호텔 방까지 꽉 찼어요. 물론 단체손님이니까 가능했죠.”
▶올해는 어떻습니까.
“일단 연초부터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어요. 2월 외래 관광객 증가율이 13%인데 이대로 가면 연간 1000만명 달성은 무난하리라 봅니다. 1100만명은 호텔 방이 없어 어려울 것 같고요. 작년 10월에도 방이 없어 98만명을 수용하는 데 그쳤어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호텔 객실이 모자란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고질적인 숙박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관광산업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인프라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관광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첨단산업인데 자동차나 정보기술(IT)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투자도 부족하죠. 사실 외래 관광객을 1000만명 늘리려면 10만개의 호텔 객실이 더 필요해요. 그런데 서울의 호텔 객실은 2만3000개뿐입니다. 호텔 객실을 정상적으로 공급하려면 단기간에 5만개의 객실을 추가한 뒤 매년 1만개씩 늘려야 해요.”
본업인 관광산업 이야기가 시작되자 유쾌했던 이 사장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때론 한숨도 쉬고, 답답한 기색도 역력했다. 호텔을 지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데 정작 사업 시행자는 돈이 없고 신뢰도도 낮다. 그러니 투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이 사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한다는 건가요.
“작년에 오지 못한 외래 관광객 100만명이 1인당 1200달러씩 썼다고 가정하면 1조2000억원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손해를 본 거죠. 호텔 객실 7000~8000개가 있었으면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2조원이면 이 정도 객실을 확충할 수 있어요. 나라 전체로 보면 1년 반이면 호텔 건축비를 회수합니다. 호텔 일자리도 당연히 늘어나고요. 그런데 호텔을 지으려는 시행사는 영세하고 투자자는 리스크 때문에 투자를 회피합니다. 따라서 관광산업 인프라 펀드가 필요해요. 그래서 오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만나 이런 상황을 설명했더니 전적으로 수긍하면서 실무자들에게 연구하라고 지시하겠다고 했습니다. 호텔 객실 5만개를 짓는 데 10조원이면 됩니다. 1조원 규모의 펀드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못할 것도 없어요. 그러자면 정부가 먼저 나서줘야 해요.”
▶관광 인프라 부족이 호텔 객실만은 아니죠.
2009년 귀화인 최초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 사장의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다. 앞으로 뭘 할 거냐고 물었더니 “공사 사장을 연임하든 안하든 관광 분야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관광 선진국인 독일 스위스 싱가포르 등의 예를 들면서 “외래 관광객이 적어도 우리나라 인구 정도는 와야 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이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일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다 보니 홍초버섯볶음, 삼겹살찜 대신 나온 인삼루콜라쌈 등이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식탁에는 후식으로 나온 단호박브라우니와 매실차만 남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 2012년 2월 24일 한국경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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