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 | 2016/04/24 07:02
한려수도 조망·관광인프라 뒷받침 8년만의 기록…전국 설치 '붐'
(통영=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경남 통영케이블카가 이용객 1천만명 시대를 맞았다.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한 후 8년여만이다.
케이블카 운영주체인 통영관광개발공사는 26일 오후 1천만번째 이용객에게 기념품을 주고 자축할 예정이다.
다음달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선 성악가 조수미 등이 출연하는 축하공연을 갖는다.
인구 15만명의 소도시 통영에서 1천만명이 이용하는 '국민 케이블카'가 탄생한 것은 한려수도 조망과 역동성, 관광 통영의 저력 등 3박자를 골고루 갖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 한려수도 조망…남해안 절경을 한눈에
통영시 미륵산 정상 부근까지 운행되는 통영케이블카를 타고 상부지역에 올라서면 남해안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천혜의 관광자원인 한려해상국립공원 시발점에 통영케이블카가 있는 것이다.
통영케이블카를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드넓은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통영의 수많은 섬들을 조망할 수 있고 날씨가 좋을 때는 멀리 일본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탁 트인 조망은 '불황의 그늘'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힐링의 시간을 제공한다.
통영 한려수도 풍광에 대해선 정지용 시인마저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라고 했을 정도다.
통영케이블카 운영주체인 통영관광개발공사 관계자는 "다도해의 보석 같은 섬들이 연출하는 풍광과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을 바라보면 그 비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고 자랑했다.
케이블카 상부에서 10여분 걸어 올라가면 미륵산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미륵산 정상은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것보다 더 환상적이고도 더 넓은 조망을 제공해준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용객 최모(51·여)씨는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며 "통영케이블카가 위치를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산악형이면서 美港 조망…'역동적' 케이블카
통영케이블카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2선(bi-cable) 자동순환식 곤돌라 방식으로 운행된다.
길이도 1천975m로 국내 일반관광객용 케이블카 중에서는 가장 길다.
특히 긴 길이에도 불구하고 중간지주를 1개만 설치하는 등 친환경적인 설계를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8인승 곤돌라 48대가 쉬지 않고 탑승객을 운송함으로써 대기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시간당 1천명을 태울 수 있다.
순환식이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통영케이블카 운행 모습
산악지형에 있는 케이블카 대부분은 그야말로 숲과 계곡 등 산을 바라보는 것이 거의 전부일 정도로 '정적'이다.
이에비해 통영케이블카는 굉장히 '역동적'이다.
미륵산을 조망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름다운 항구를 드나드는 다양한 선박들이 연출하는 풍경과 파도, 시내를 오가는 자동차 등 예향 통영이 수시로 연출하는 변화무쌍한 모습까지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부역사에 위치한 인공폭포, 야생화 꽃길 등도 또다른 역동성을 표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배후도시 '관광 통영'
통영이 갖고 있는 종합관광지로서 매력도 케이블카를 찾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 박경리기념관, 동피랑벽화마을 등 볼거리와 각종 해산물 등 먹거리도 풍부해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서 명 성을 갖고 있다.
8년전 개통한 케이블카는 통영 관광의 마지막 한수, '화룡점정'이 됐다. 통영 관광의 매력을 한층 높이는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다.
대부분의 케이블카가 도시 외곽이나 산악지형에 설치돼 있는 반면 통영 케이블카는 시내에 있다.
구태여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통영국제음악당이 지척에 있다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공연예술 감상과 관광을 동시에 즐기려는 마니아들에겐 큰 축복이다.
케이블카 이용객은 통영국제음악당 공연이나 레스토랑 이용 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 통영시의 '효자'…전국서 잇따라 설치 나서 '우려'
통영케이블카는 개장 이후 지난달까지 통영시에 173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케이블카 건설에 사업비 173억원(국비 87억, 지방비 86억)이 투입됐으니 시로서는 본전을 이미 뽑고도 남았다.
시 재정에 '효자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는 통영시 100% 출자기업이다.
여기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로만 그동안 100억원정도 납부했다.
케이블카가 지역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도 크다.
인건비 및 운영비 등으로 연간 100억원이 지출된다.
이용객들로 파생되는 간접효과는 연간 1천500억원 정도에 달한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특히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통영 서호시장과 중앙시장 등 재래시장으로 몰리면서 지역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케이블카로 통영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굴, 멸치, 멍게, 꿀빵, 김밥 등 통영 특산물 판매가 활성화되는 데도 케이블카가 적잖은 역할을 했다.
공사 박태도 본부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해 케이블카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며 "고객편의 시설 개선,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을 통한 실시간 안내 서비스 제공 등으로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실천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측은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게 주차장 부족이라고 보고 300면 규모의 주차장을 연내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통영케이블카가 성공적으로 운행되자 전국 지자체들이 앞을 다퉈 케이블카 건설에 나섰다.
현재 전국에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곳은 30여 곳이 넘는다.
경남도 경우만 하더라도 인접 거제시가 내년 3월을 목표로 남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 건립을 추진 중이다.
사천시 삼천포항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사천 바다케이블카 설치공사는 지난해말 시작돼 2018년 초 완공된다.
경남 하동군 금오산에도 케이블카가 건설된다.
통영관광개발공사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 보다 일찌감치 케이블카에 눈을 돌린 것도 성공 비결의 하나"라며 "당장 거제에 케이블카가 완공되면 통영케이블카 이용객이 감소하는 등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