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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의 골목, 도시]뜬 동네, 태초에 '1층 집' 있었다
[골목, 도시]거주자 외면 받는 1층, 낮은 임대료로
창업자 끌어모아…낙후 주거지 변화 진원지
8일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에 인접한 주택가의 모습. 주거용 빌라를 따라 카페, 식당, 공방이 들어서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연남동·망원동·해방촌… '떴다'는 동네 공통점은 과거 상대적으로 낙후된 저밀도 주거지였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으로 사람들에게 외면 받던 동네였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꿈 같은 얘기고, 아예 상권조차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매력적인 가게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작은 공방, 식당, 카페를 이 동네로 불러 모은 건 낮은 임대료. 특히 임차인이 꺼리는 1층 주택이 젊은 예술가와 창업자들을 끌어 모은다.
어떤 원리일까.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 1층은 세입자가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임대료가 낮다"며 "낙후된 지역 1층은 임대료가 더 낮아 젊은 창업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층 주택이 젊은 창업자를 끌어 모으면서 동네 분위기를 바꿔 놓고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1층의 재발견이다.
지난 8일 촬영한 연남동 주택가의 모습. 1층에 카페, 서점, 식당이 들어서있다. 모두 외부에서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점포다.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8일 기자가 찾은 연남동, 망원동에서도 주택 1층을 개조한 식당과 카페, 공방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도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33.3㎡(10평) 내외의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은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2013년부터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씨(33)는 "카페를 창업하던 때만해도 이 동네 주택 1층은 비어있는 경우도 많았다"며 "면적도 작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한 건물.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기존 건물은 리모델링하거나 다시 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1층에서 시작된 변화를 따라 건물 자체를 리모델링 하는 경우도 있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낡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세련된 새 건물을 세우는 것. 2014년부터 연남동에 거주해 온 디자이너 이상엽씨(27)는 "조용한 주택가였지만 1층을 따라 카페, 식당이 생기더니 아예 세련된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처음 이사올 때는 낙후된 동네였지만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변했다"고 말했다.
주택가 상권이 매력을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작은 규모다. 작은 주거 건물이라는 한계 때문에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점포가 입점하기 힘들기 어렵다. 연남동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유명 프랜차이즈의 매장이 입점하려면 최소 66.6㎡(20평) 이상은 되어야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연남동이나 상수,망원 같은 곳은 건물 규모가 작아 프랜차이즈가 쉽게 들어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택가 1층을 따라 발길을 모으는 상점이 들어서는 현상은 서울시내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끈 카페, 식당이 들어선 남산 둔덕의 후암동과 대학가인 회기동, 흑석동에도 저렴한 임대료를 따라 둥지를 튼 젊은 창업자가 유입되고 있다.
지난 8일 연남동의 주택가. 좁은 골목을 따라 공방이 들어섰다. /사진=남궁민 기자
주택가를 따라 형성된 상권의 또 다른 매력은 안정감이다. 여전히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가는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고, 친숙한 분위기를 풍긴다. 시내 중심지의 상업지역에선 느낄 수 없는 이점이다. 대학생 박지연씨(23)는 "작은 동네에 오면 강남 같은 도심에선 느끼지 못하는 매력이 있다"며 "주택이 많다보니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더 편하게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가 상권이 활성화되는 현상이 낙후된 동네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배웅규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워낙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다보니 주택가가 고급화되는 것을 안 좋게만 보는 시선이 있다"면서 "하지만 좋은 가게가 생기고,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경제가 활성화되는 건 지역의 슬럼화를 막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을 줄여가되 지역환경이 개선되는 현상은 행정적으로 지원해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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