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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도시와 접한 그린벨트의 경계만 개발하라
유현준 교수·건축가 / 입력 2020.11.20 03:00
비닐하우스와 무허가 건물이 난무하는 그린벨트를 자연으로 회복하면서 동시에 그린벨트 땅 소유주의 재산권을 보장해주는 방법은 없을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도시와 만나는 그린벨트의 경계부만 집중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
도시민·그린벨트 소유주 ‘윈윈’ 개발
예를 들어서 그린벨트가 10만평이 있다면 그중 10%인 그린벨트와 도시가 만나는 경계부의 땅 만 평에 고층 고밀 주거를 개발한다. 그리고 나머지 90% 땅은 나무를 심고 공원으로 만들어서 자연으로 회복시킨다. 10만평 땅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땅은 주변부에 어떠한 시설을 접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된다. 기찻길 옆 땅의 시끄러운 아파트보다 한강이 보이는 강변 아파트가 가치가 높다. 따라서 그린벨트 중에서도 가치가 높은 곳은 도시의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도시 경계부의 땅이다.
그 좁고 긴 경계부의 땅을 고밀도로 개발하고 나머지 그린벨트는 공원으로 바꾼다면, 새로 지어진 주거는 도시의 편리함과 공원 경치를 함께 가지는 가치 높은 부동산이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조건의 주거를 개발해서 분양 단가를 높인다면 적은 연면적을 개발해도 사업성을 가질 수 있다.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고도 개발 업자는 사업성을 찾을 수 있고, 시민은 좋은 공원을 얻게 된다.
경계부를 개발할 때 건물을 연속되게 지어서 만리장성같이 보이게 만들면 안 된다. 실선처럼 이어진 건물군이 아니라 점선처럼 중간중간 끊어지는 개발을 해서 도시 측에서 바라볼 때 건물과 건물 사이로 그린벨트 공원으로의 접근성과 경관을 확보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거 단지를 ‘에지시티’라고 부르자. 개발된 주거 지역이 좁고 길기 때문에 이면의 도시에 있는 사람도 쉽게 공원으로 접근할 수 있다. 현재 한강변의 아파트 단지는 100m가 넘는 폭으로 조성되어있어서 시민들이 단지를 관통해서 한강시민공원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그린벨트 경계부에 만들어지는 에지시티는 폭 15m 이내로 만들어 일반 시민이 단지를 관통해서 공원으로 접근하기 수월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기존 도시민과 그린벨트 토지를 가진 사람 모두 윈윈(win win)할 수 있다. 디자인을 잘하면 둘 중 한 명만 이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답을 찾을 수 있다.
DMZ 평화 상징하는 에지시티
그린벨트 에지시티 개념은 남북한 융합을 위한 공간 전략도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그린벨트는 남북한 사이에 위치한 비무장지대(DMZ)일 것이다. DMZ가 어떤 공간이 되느냐에 따라 남북한 관계는 큰 영향을 받는다. 박근혜 정부 때는 평화 공원을 제안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GP(전방초소)를 없애는 쪽으로 진행했다. 나는 DMZ의 자연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남북의 융합을 도모하기 위해 에지시티 건설을 제안한다. 공원을 만들거나 군사시설을 제거하는 것은 남북한 융합을 위한 소극적 방식이다.
단순하게 생태공원으로 만든다면 마치 서울의 한강이 강북과 강남의 교류를 단절시키듯 DMZ생태공원은 남북한 융합을 단절시키고 막을 것이다. 도심에서 수십㎞ 떨어진 DMZ에 평화 공원을 만든다면 그 공원에 얼마나 자주 가게 될까? 먼 설악산 국립공원처럼 몇 년에 한 번 갈 것이다. 대신 남북한 주민이 상대의 국적을 모르는 상태에서 젊은이들끼리 연애도 하고 공동 창업도 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든다면 적극적으로 남북한이 하나 되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이다. DMZ에는 남북한이 만나서 융합될 생활 공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DMZ에 도시가 만들어지면 자연이 파괴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DMZ 전체의 1%도 안 되는 최소한의 면적으로 도시를 선형으로 개발해야 한다. 어차피 남북 교류가 시작되면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가 나게 된다. 이때 이 도로와 DMZ 자연이 만나는 경계부를 도로를 따라서 선형으로 고밀 개발하면 자연을 최소한으로 침해하면서 남북을 연결해주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DMZ의 폭은 남북한 합쳐서 4㎞다. 따라서 DMZ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도시는 가로 수십m 세로 4㎞ 도시가 될 것이다.
도시와 자연이 하나 되는 곳
남북을 연결하는 선형 평화 도시는 한강의 보행자 다리처럼 남한과 북한을 연결해주는 도시가 될 것이다. 이곳의 삼겹살집에서 남북한 청년들이 친구가 되고, 결혼하고, 벤처회사가 창업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남북한의 융합은 없을 것이다. 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남북 연결 도로 측은 높고 DMZ를 향해서는 낮게 만들어 모든 건물에서 DMZ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다. 도로망은 동서 방향으로 난 스트리트가 맨해튼처럼 60m마다 놓이고 남북 방향 애비뉴를 따라서 트램을 놓는다면 도시 곳곳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보행 친화적 도시가 될 것이다.
이곳에 여러 가지 세제 혜택과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면 사람이 모여드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남북한 주민은 익명성의 상태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면서 서서히 하나 되어 갈 수 있다. DMZ 에지시티는 남북한이 하나 되고, 도시와 자연이 하나 되는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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