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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은행 위기 끝난 줄 알았는데, 다음 진앙은 ‘여기’ 본문
美 은행 위기 끝난 줄 알았는데, 다음 진앙은 ‘여기’
퍼스트리퍼블릭은 매각됐지만… 중소은행 대출 부실 징후
김은정 기자 / 입력 2023.05.03. 03:00업데이트 2023.05.03. 07:41
“이걸로 은행 위기는 거의 끝났다.”
파산 위기에 몰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며 일단 금융 불안을 진압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가 1일(현지 시각)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 시장은 불안한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게리 콘 IBM 부회장은 이날 CNBC에 나와 “위기는 이렇게 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뭔가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리 콘처럼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을 다음 위기 진앙으로 지목하고 있다. 3월 시작된 중소은행 위기로 이들 은행에서 예금이 빠져나가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고→리파이낸싱(재융자)에 어려움을 겪게 된 상업용 부동산이 강제 매각되거나 가격이 급락하면→이들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해준 은행이 부실화해→다시 예금이 더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말이 나왔다.
◇다음 위기 진앙은 상업용 부동산?
실제 블랙스톤, 핌코, 브룩필드, 워터브리지캐피털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상업용 부동산 사모리츠 상품 일부가 최근 잇따라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이에 시장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뉴욕 맨해튼과 LA 등 미국 대도시 상업용 부동산 상품들로, 최근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트레프(Trepp)에 따르면 작년 말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5조6000억달러(약 7500조원) 규모다. 이 중 절반을 은행이 대출했고, 전체 은행 대출의 67.3%를 중소형 은행들이 내줬다. 결국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3분의 1을 자산 순위 25위 미만 중소형 은행들이 차지하는 셈이다.
올해부터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약 1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상업용 모기지증권(CMBS) 연체율은 3월 기준 3.1%로 금융 위기 때의 최고(10.3%)에 비해선 낮지만, 최근 오피스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어 우려된다. 통계 회사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1분기(1~3월)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2.9%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코로나는 사실상 종식됐어도 재택근무 문화를 되돌리기 어려워 도심 부동산 가격은 역사상 고점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금리 급등으로 변동금리 대출은 변동금리대로 고금리 압력에 노출돼 있고, 고정금리 대출은 만기 연장때 금리를 올려줘야 해서 리파이낸싱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 사이 만기가 돌아오는 CMBS의 평균 발행 금리가 연 4.6%인데, 현재 CMBS 금리는 연 6.5%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
◇대체 투자 몰렸던 연기금도 비상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대체 투자, 그중에서도 부동산 투자는 10년 가까이 지속된 저금리 환경 속에서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해왔지만, 지금은 골칫거리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지난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에선 모두 투자 손실을 봤지만, 유일하게 부동산 등 대체 투자에선 플러스 수익률(8.9%)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금리 급등에 따른 자산 재평가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올해 이후엔 본격적인 자산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지난달 26일 뉴욕 방문길에 기자들에게 “아직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 자산 중에 문제 될 만한 것은 없다”면서도 “부동산은 장기 보유하고 자기 돈으로만 하는 게 아니니 앞으로 금리가 높아진 상태에서 리파이낸싱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05/03/N6536NEOIVHOHLGGED6H323S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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