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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준비+기회

본지기자, 일본인 관광객과 `바가지 콜밴` 잠입 취재 본문

일간지 신문자료 /Welcome To Korea - 매일경제

본지기자, 일본인 관광객과 `바가지 콜밴` 잠입 취재

네잎클로버♡행운 2013. 2. 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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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기자, 일본인 관광객과 `바가지 콜밴` 잠입 취재

"이찌만원" 호객 콜밴, 5분거리 호텔 다다르자 "이찌만엔"

 

 

본지 기자가 일본인 후지타 교코 씨와 함께 지난달 28일 서울 남대문로 일대에서 불법 영업 콜밴 택시에

탑승해 바가지 체험을 했다. 사진은 인천공항에서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대형 택시. <이충우 기자>

 

"도코 호테르? 야스이, 야스이(호텔이 어디죠, 아주 쌉니다)."

지난달 28일 밤 11시 55분 서울 중구 소공동 남대문로 일대. 영하 10도의 매서운 칼바람에 몸을 잔뜩 웅크린 외국인 관광객 10여 명이 쇼핑백을 양손에 든 채 연신 "택시"를 외쳐대고 있었다. 2분쯤 지났을까. 일본인 후지타 교코 씨(여ㆍ29)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장한 기자 앞에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슬며시 다가왔다. 차문에 크게 박힌 `콜밴 TAXI`, `日本語ㆍEnglish`,`日本語ができます(일본어를 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씨. 자세히 뜯어보면 차량 끝에 `화물 용달`이라 적혀 있지만,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영락없이 정상 영업을 하는 대형택시로 여겨질 만한 위장 마크였다.

쉰 줄을 넘긴 듯한 중년의 운전기사는 창문을 내리더니 검지를 치켜세우며 "이찌만, 이찌만원(1만원 받겠습니다)"이라고 외쳤다.

`1만원`에 갈 수 있다는 일종의 호객 행위였다. 목적지로 제시한 곳은 5분 거리인 시청 앞 프레지던트 호텔. 목적지에 도착해 약속한 대로 1만원짜리 한 장을 건네자 기사는 돌연 말을 바꾸며 다짜고짜 한국말이 섞인 욕설을 쏟아냈다.

"짜증나네. `이찌만엔`이라고. 엔 몰라? 치카이니까 고레로 텐(가까우니까 1만원으로 10장이라는 뜻) 줘야지."
움직인 거리는 약 1㎞. 일반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2400원이 나올 거리였지만 운전사는 무려 40배가 넘는 요금을 요구한 것이다. 콜밴의 살벌한 바가지(?)를 직접 체험한 후지타 씨는 "`이찌만원`이라고 해서 탔는데 무슨 소리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기사가 언성을 높이니 무서워 입도 벙긋 못했다"며 "일본인도 한국 택시 요금을 웬만큼 아는데 이건 해도 너무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관광 바가지` `공포 택시`의 대명사 콜밴의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명동, 동대문, 인사동 등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 일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서울시와 경찰이 사실상 `콜밴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단속하고 있지만 지난달 28일 기자가 둘러본 결과 대형 택시로 위장한 콜밴 차량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었다. 동대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벽 1시 10분쯤 서울 동대문 쇼핑몰 `밀리오레` 뒤편 골목에선 흰색 승합차가 다가왔다. 후지타 씨와 기자가 택시가 맞는지 묻자 "오키이 화이트 택시(대형 흰 택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콜밴은 1인당 20㎏ 이상 짐을 가진 승객들을 위한 화물차인 만큼 짐을 운반할 때만 사람이 탈 수 있다. 택시처럼 사람만 태워주고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후지타 씨가 쇼핑 가방을 하나 보여주며 짐이 없다고 말하자 운전기사는 어설픈 일본어로 "오케이, 이빠이 야스이(아주 싸다)"라며 서둘러 타라고 손짓했다.

 임영신 기자가 불법 콜밴 택시를 이용하고 받은 영수증. 확인 결과 날짜가 틀릴 뿐만 아니라 모두 "0(제로)"으로 쓰여 있는 엉터리였다.

 

 

안국역 인근 인사동까지 약 3㎞ 이동하는데 택시비는 4000원 정도 나오지만 기사는 심야요금이라며 4만원을 불렀다.


금연 팻말 아래 숨겨둔 미터기(요금 표시기)에서 사업자번호, 차량번호, 승하차 시간 및 거리 등이 모두 `0(제로)`으로 쓰여 있는 `엉터리` 영수증을 끊어줬다.

불법 콜밴택시는 보통 밤 10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영업에 나선다. 이 시간대 콜밴들은 명동이나 동대문, 인사동 주위를 빙빙 돌며 호객 행위를 한다. 단속이 강화된 터라 차량 지붕이나 앞 유리창에 `콜밴` 표시등을 켜놓고 1~2분 정차한 뒤 자리를 떴다 다시 돌아와 외국인 관광객을 물색하는 식이다. 보통 콜밴은 검은색으로 알려져 있지만 흰색, 자주색 등 다양하다.

콜밴 업계 관계자는 "일반 택시가 승차거부를 하는 등 택시를 잡기 가장 어려운 시간대인 밤에 영업을 하고 낮에는 주로 쉰다"고 말했다. 일반택시들이 승객을 골라 태우는 등 불친절한 틈새를 콜밴이 파고든 셈이다.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한국에 자주 들른다는 일본인 관광객 하야시 마오 씨(여ㆍ22)는 "밤 10시가 넘으면 손을 흔들어도 택시가 지나쳐버리고 거리가 가까우면 `그런 장소를 모른다`며 내리라고 거절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우연히 잡은 게 콜밴이었는데 명동에서 동대문까지 1인당 3만원씩 내라고 해서 비싸다고 항의했더니 험상궂은 표정으로 욕을 내뱉어서 얼른 주고 내렸다"며 "한국택시는 더 이상 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최근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도 콜밴의 주요 `먹잇감`이 되고 있다.

1247 기사의  이미지
지난 크리스마스 때 동대문에서 쇼핑을 즐기고 서울 장안동의 한 호텔로 돌아가려던 중국인 관광객 황닝 씨(가명ㆍ35)는 콜밴을 탔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미터기에 무려 25만원이 찍혀 있어 "어제 택시 탔을 때 9000~1만원 정도 나오는 거리"라고 항의했다가 운전사와 승강이가 벌어진 것.

"경찰에 신고한다"고 전화기를 꺼내자 콜밴 운전사가 돈 한 푼 받지 않고 사라져 위기를 겨우 넘겼다.

그는 "택시인 줄 알고 탔는데 큰일날 뻔했다"며 "차량 뒤칸에 해머가 있어 순간 오싹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동홍 씨(54)는 "콜밴은 외국인 관광객이 타면 일단 으름장을 놓고 수십만 원씩 뜯어가는 건 기본이다. 관광 성수기엔 하루에 100만원 이상 번다고 들었다"며 "오죽하면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일본인으로 위장하고 콜밴의 바가지를 경험해 봤겠느냐"고 되물었다.

콜밴을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불법 콜밴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콜밴 단속 건수는 2011년 98건에서 작년에 235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단속 유형은 △외관에 택시 문구 부착 △택시 갓등ㆍ미터기 설치 △부당요금 △자격증 미게시 등이다.

전문가들은 콜밴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요금 기준 등을 만들고 단속 시스템을 구축해야 외국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인천공항 등 일부를 빼곤 천차만별인 콜밴 요금 기준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며 "서울의 관광 매력을 해치는 행위인 만큼 불법 콜밴에 대해선 미국 등 선진국처럼 무관용을 원칙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동기획 매일경제신문·MBN·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문화관광연구원·한국방문의해위원회

[기획취재팀 = 배한철 기자 / 신익수 기자 / 지홍구 기자 / 이유진 기자 /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