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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보내면 1인당 2만원 줄게요" 조공 바치는 여행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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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보내면 1인당 2만원 줄게요" 조공 바치는 여행사
본지기자, 저가 관광 동행해보니
영세여행사, 中업체에 모객료 줘가며 "이거 사라 저거 먹어라" 커미션 장사
◆ Welcom To Korea / 1부 관광DNA를 바꾸자 ◆
서울 마포 일대에 소규모 면세 쇼핑점들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취재팀이 현장을 찾은 지난달 30일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줄지어 이곳을 찾았다. <이충우 기자>
폭설이 내린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몇몇 중국인들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쇼핑센터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왜 쇼핑을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에 와서 쇼핑만 벌써 여섯 번째"라는 짜증 섞인 답이 돌아왔다. 한 관광객은 "한국에 온 첫날 옵션(DMZ 관광)을 택하지 않은 팀들은 별다른 일정 없이 2시간 이상 기다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관광 한국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일부 저가관광 프로그램들이 노출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정부가 작년 11월 ’저가관광 개선과 고부가가치 관광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게 무색할 정도다.
◆ 커미션 커넥션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관광 한국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일부 저가관광 프로그램들이 노출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정부가 작년 11월 ’저가관광 개선과 고부가가치 관광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게 무색할 정도다.
◆ 커미션 커넥션
’숙소 경기 P호텔ㆍM호텔, 음식점 서울 S삼계탕ㆍ제주 S가든ㆍ부산 D반점.’
A여행사가 계사년 겨울휴가 기간에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인바운드 여행 상품 방문 포인트 리스트다. 중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40만~55만원짜리 3박4일 일정 패키지인데, 여기에 쇼핑 일정만 5번 이상 들어간다. 쇼핑 장소도 롯데ㆍ신라호텔 같은 A급 면세점은 포함돼 있지 않다. 주로 서교동에 위치한 소규모 쇼핑 전문점이다. 대부분 관광가이드 출신 화교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들이다.
화장품 인삼 자수정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면세점들은 마포구 연남동 성산동 서교동 일대에만 40곳이 넘는다. 취재팀이 이 일대를 찾은 지난달 30일에도 이곳 이면 도로엔 동남아시아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버스 수십 대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저가관광을 주업으로 하는 영세 여행사는 서울에만 200곳 넘게 성업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여행사라는 간판을 내건 곳은 최근 3년 새 68% 급증해 전국적으로 1만5000개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런 저가관광이 근절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예컨대 겉으로 드러나는 명목상 여행사 밑에 하도급을 받는 랜드사(영세한 현지 여행 전담 여행사)가 붙는 형식이다. 현지 일정은 모두 랜드사 몫이다. 랜드사가 결정권을 갖는 건 쇼핑센터와 음식점 두 가지인데, 여기에 모두 ’커미션’이 개입한다. 여행사는 커미션을 더 주는 곳으로 가게 마련이다.
문제는 커미션이다. 커미션으로 수익을 내야 하다 보니 일정에도 없는 쇼핑센터에 들르는 건 다반사다. 질 낮은 음식점도 단골 코스다. 커미션을 많이 남기기 위해 아예 식당 주인과 여행사가 식당을 공동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저가관광이 판을 치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 만족도와 재방문율이 낮아진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점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행사 관련 불만은 5년째 톱5 안에 들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도 불만 사항 중 6.2%가 여행사 관련이었는데, 이 중 옵션 강요 등 원래 여행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11건, 안내 서비스 불량 15건, 계약 해지ㆍ환불이 3건이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커미션으로 먹고사는 구조다 보니 저가관광이 없어질 수가 없다. 오히려 이들끼리 카르텔이 형성돼 더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마이너스 투어피’도 등장
A여행사가 계사년 겨울휴가 기간에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인바운드 여행 상품 방문 포인트 리스트다. 중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40만~55만원짜리 3박4일 일정 패키지인데, 여기에 쇼핑 일정만 5번 이상 들어간다. 쇼핑 장소도 롯데ㆍ신라호텔 같은 A급 면세점은 포함돼 있지 않다. 주로 서교동에 위치한 소규모 쇼핑 전문점이다. 대부분 관광가이드 출신 화교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들이다.
화장품 인삼 자수정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면세점들은 마포구 연남동 성산동 서교동 일대에만 40곳이 넘는다. 취재팀이 이 일대를 찾은 지난달 30일에도 이곳 이면 도로엔 동남아시아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버스 수십 대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저가관광을 주업으로 하는 영세 여행사는 서울에만 200곳 넘게 성업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여행사라는 간판을 내건 곳은 최근 3년 새 68% 급증해 전국적으로 1만5000개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런 저가관광이 근절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예컨대 겉으로 드러나는 명목상 여행사 밑에 하도급을 받는 랜드사(영세한 현지 여행 전담 여행사)가 붙는 형식이다. 현지 일정은 모두 랜드사 몫이다. 랜드사가 결정권을 갖는 건 쇼핑센터와 음식점 두 가지인데, 여기에 모두 ’커미션’이 개입한다. 여행사는 커미션을 더 주는 곳으로 가게 마련이다.
문제는 커미션이다. 커미션으로 수익을 내야 하다 보니 일정에도 없는 쇼핑센터에 들르는 건 다반사다. 질 낮은 음식점도 단골 코스다. 커미션을 많이 남기기 위해 아예 식당 주인과 여행사가 식당을 공동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저가관광이 판을 치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 만족도와 재방문율이 낮아진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점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행사 관련 불만은 5년째 톱5 안에 들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도 불만 사항 중 6.2%가 여행사 관련이었는데, 이 중 옵션 강요 등 원래 여행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11건, 안내 서비스 불량 15건, 계약 해지ㆍ환불이 3건이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커미션으로 먹고사는 구조다 보니 저가관광이 없어질 수가 없다. 오히려 이들끼리 카르텔이 형성돼 더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마이너스 투어피’도 등장
여행업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극단적인 저가관광이 ’마이너스 투어 피(Tour Fee)’다. 마이너스라는 용어가 상징하듯 아예 ’인두세(관광객 한 명당 얼마씩)’ 형태로 돈을 주고 일단 외국인 여행객을 데려오는 구조다. 여행 업계에서는 ’조공 관광’이라는 비아냥 섞인 용어를 붙인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중국 현지에서 모객을 하고 한국으로 보내는 현지 여행사가 한국에서 국내 투어를 전담하는 랜드 여행사 몇 곳에 경쟁 입찰을 부친다. 정상적인 경쟁 구조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한국에 있는 일부 랜드 여행사들이 모객을 한 중국 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1만~2만원씩 인두세를 챙겨주면서까지 여행을 따내는 사례도 생긴다는 데 있다. 돈을 주고 데려와도 커넥션이 있는 음식점과 면세점을 돌면서 커미션을 챙기면 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거래에서는 중국 현지 모객 여행사는 항공료ㆍ숙박 예약에서 커미션을 챙기는 형식이어야 하는데, 여기에 별도로 모객료를 받는 기형적인 형태가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 투어피 여행이 판을 치다 보니 커미션 경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놨다.
더 심각한 것은 저가관광의 핵심인 커미션 커넥션이 최근에 더 수직구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면세 쇼핑점이 이들 저가여행을 주도하는 랜드사에 지분을 출자한 뒤 자신들 쇼핑몰로 끌어오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랜드 여행사 가운데 상당수가 소형 면세점이 투자해 만든 것이라는 건 여행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단순한 ’랜딩비’ 커넥션을 넘어 출자 관계로 얽혀 있다 보니 저가관광 고리가 끊어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심원섭 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커미션 커넥션→옵션 위주 저가관광→불만 증가’라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외국인 재방문율과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런 저가관광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매일경제신문ㆍMBNㆍ문화체육관광부ㆍ한국관광공사ㆍ문화관광연구원ㆍ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기획취재팀=배한철 기자 / 신익수 기자 / 지홍구 기자 / 이유진 기자 / 임영신 기자]
예컨대 이런 식이다. 중국 현지에서 모객을 하고 한국으로 보내는 현지 여행사가 한국에서 국내 투어를 전담하는 랜드 여행사 몇 곳에 경쟁 입찰을 부친다. 정상적인 경쟁 구조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한국에 있는 일부 랜드 여행사들이 모객을 한 중국 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1만~2만원씩 인두세를 챙겨주면서까지 여행을 따내는 사례도 생긴다는 데 있다. 돈을 주고 데려와도 커넥션이 있는 음식점과 면세점을 돌면서 커미션을 챙기면 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거래에서는 중국 현지 모객 여행사는 항공료ㆍ숙박 예약에서 커미션을 챙기는 형식이어야 하는데, 여기에 별도로 모객료를 받는 기형적인 형태가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 투어피 여행이 판을 치다 보니 커미션 경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놨다.
더 심각한 것은 저가관광의 핵심인 커미션 커넥션이 최근에 더 수직구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면세 쇼핑점이 이들 저가여행을 주도하는 랜드사에 지분을 출자한 뒤 자신들 쇼핑몰로 끌어오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랜드 여행사 가운데 상당수가 소형 면세점이 투자해 만든 것이라는 건 여행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단순한 ’랜딩비’ 커넥션을 넘어 출자 관계로 얽혀 있다 보니 저가관광 고리가 끊어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심원섭 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커미션 커넥션→옵션 위주 저가관광→불만 증가’라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외국인 재방문율과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런 저가관광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매일경제신문ㆍMBNㆍ문화체육관광부ㆍ한국관광공사ㆍ문화관광연구원ㆍ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기획취재팀=배한철 기자 / 신익수 기자 / 지홍구 기자 / 이유진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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