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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준비+기회

[천지개벽 제주도]돌·바람·여자 대신…돈·차·중국인 三多 본문

MICE산업(관광.레저)/MICE산업.관광.레저

[천지개벽 제주도]돌·바람·여자 대신…돈·차·중국인 三多

네잎클로버♡행운 2013. 7. 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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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개벽 제주도]돌·바람·여자 대신…돈·차·중국인 三多

 

기사입력 2013.07.08 09:42:40

 

예부터 제주도는 삼다삼무(三多三無)의 섬이었다.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라 했고 도둑, 거지, 대문이 없어 삼무로 불렸다. 그런 삼다도(三多島)가 천지개벽 중이다. 돌은 돈, 바람과 여자는 자동차와 중국인이 대신 자리를 꿰찼다. 변화의 진원지는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차이나머니’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 관광객 10명 중 6명이 중국인이다. 관광지, 면세점, 카지노 사업장엔 돈이 넘쳐나고 직접투자도 활발하다. 지금 제주도는 섬 전체가 공사 중이다. 제주도에 밀물처럼 밀려드는 중국인을 위해 도로, 항만, 숙박 등 기반시설이 확충되자 이제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의 발걸음도 늘었다. 단순 관광을 넘어 은퇴와 자녀 교육을 위해 제주도를 찾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천지개벽한 제주도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제주도 성산일출봉에서 본 성산읍 일대 전경.

 

#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신라면세점 앞. 45인승 관광버스가 줄지어 길게 정차해 있다. 평일 낮 시간대인데도 중국인 관광객이 차에서 내려 줄지어 면세점에 들어간다. 양손에 쇼핑 물품을 한가득 든 손님들이 빠져나오는가 싶은 찰나, 다른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면세점 입구에 또 쏟아진다. 여기저기서 중국인 특유의 큰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면세점 입구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 제주신라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호황을 누리자 지상 4층 건물을 6층으로 확장하는 리노베이션을 추진 중이다.

# 제주시 한림읍에 들어선 고급 리조트 단지 ‘라온 프라이빗타운’. 골프와 승마, 요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거주형 복합 리조트로 분양 물량 934가구 중 절반 가까이를 중국인이 사들였다. 좌승훈 라온레저개발 팀장은 “투자이민 적용(5년 후 영주권 부여)을 받는 5억원 이상의 대형 평형(47평형)은 중국인이 몰리며 가장 먼저 분양이 끝났다”고 전했다. 라온레저개발의 외국인 투자 유치액은 309건, 1782억원(5월 말 기준)에 이른다.

제주에 ‘차이나머니’가 몰려온다. 쇼핑, 부동산, 리조트 할 것 없이 중국인 관광객이 모이고 자본 투자가 이어진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108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168만명의 66%를 차지했다. 2002년 약 9만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10년 새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그 숫자가 더 가파르다. 5월 말 기준으로 제주를 찾은 해외 관광객 65만7500여명 중 중국인 관광객이 약 45만9000명으로 64%를 차지했다(제주도관광협회 자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만8583명에 비해 59% 증가한 수치다. 중국인 덕분에 2009년 6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지난해엔 관광객이 969만여명 찾아왔고 올해는 1000만 관광객 시대를 기대한다.

중국인이 몰리면서 제주와 중국 간 항공기 운항 편수는 지난해 4670편으로 2011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제주도에 차이나머니가 몰리는 것은 2008년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부터다. 여기에다 5억원(50만달러) 이상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2010년부터 시행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50%씩 늘고 있다. 현재 인천·김해국제공항에서 제주도로 가기 위해 환승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다.

 

무비자·투자이민제도 덕 中 관광 급증

제주 주요 관광지는 중국인이 먹여 살린다. ‘중국인 관광객 덕에 제주도에 관광 비수기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 거리’는 연일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바오젠 거리는 2011년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 바오젠그룹을 기념해 만든 곳으로 중국인을 상대로 화장품, 홍삼, 의류 등을 파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바오젠 거리 주변 상가의 임대료는 최근 1년 새 100% 올랐다. 영업이 잘되는 가게는 권리금이 1억원까지 치솟았다. 제주시 구도심의 대표 상권인 칠성로도 지난해 하루 평균 매출이 2억6000만원(제주도 조사)으로 2011년 2억4000만원에 비해 8.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등 대기업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 면세점도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들 면세점 매출액은 2011년 2133억원에서 지난해 3286억원으로 54%가량 늘었다.

중국인들은 돈만 쓰고 가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도 열심이다. 현재 제주도에 투자한 중국 자본은 8개 사업장, 총 3조원(투자계획금액 기준)이 넘는다. 싱가포르, 홍콩 등 화교권 국가까지 합하면 투자 규모는 5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제주시는 2006년 이후 올 3월까지 14개 사업을 투자 유치했다. 그전까지 제주도에 대한 중국 자본 투자가 전무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전벽해다. 강동원 제주도청 국외권유치담당 사무관은 “비자가 없어도 되는 데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1~2시간대에 올 수 있다 보니 중국인 관광객과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에선 중국인을 통한 관광 수익과 매입한 부동산 금액이 각각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 대상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리조트와 상업위락시설 개발 위주에서 벗어나 헬스케어, 병원 등에도 투자한다.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에 조성되는 헬스케어타운은 중국 기업의 투자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녹지그룹은 지난해 10월 제주에 현지 투자 법인을 세우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헬스케어타운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까지 의료 연구개발(R&D)센터, 휴양문화시설, 숙박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 의료기업인 CSC도 ‘외국 의료기관(영리병원) 설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보건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서귀포시 호근동 제주혁신도시 동쪽 9839㎡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싼얼병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땅도 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중국인은 1241억원(2012년 말, 공시지가 기준)어치 제주 땅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취득 건수(필지 기준)도 1548건으로 미국(1298건)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자 중국계 자본들이 제주 지역 호텔을 직접 인수해 영업에 뛰어들고 있기도 하다. 제주시 중심 상권인 연동에 중국계 자본이 호텔 5곳과 여관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계 호텔은 2011년까지 제주에는 단 한 곳도 없다가 지난해 3월부터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주시 연동에 260여개의 호텔이 영업 중인 것에 비하면 아직 적은 숫자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단순 부동산 구입에 그치지 않고 직접 대형 개발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콘도와 호텔 외에도 박물관·생태테마파크(백통신원 리조트), 지역특산물 판매장(토평 농어촌 관광휴양단지), 해양레포츠센터(성산포 해양관광단지) 등을 건설해 중국인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중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도 제주로 몰려든다. 귀농·귀촌자와 은퇴자, 학생 등이 속속 제주에 들어오는 중이다. 제주 지역 총인구는 내국인 58만8001명, 외국인 9383명 등 59만7384명(5월 말)으로 지난해보다 4935명이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8월 제주도 인구가 6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한동안 50만명에서 정체돼 있던 시절이 언제인가 싶다.

 

 

“20년 뒤 중국인 정원 될 것” 우려도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2011년부터 공립인 한국국제학교를 비롯해 영국에 본교를 둔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 제주, 캐나다의 여자 사립학교인 브랭섬홀아시아 등 3개 국제학교가 차례로 개교했다. 이들 학교에 다니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다.

제주에 사람과 돈이 몰리자 덩달아 자동차도 급증했다. 렌터카를 비롯해 수입차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1998년 5월 제주에서 30대로 처음 렌터카 사업을 시작한 KT금호렌터카는 현재 2000대(성수기 기준)의 차량을 운영 중이다. 안승찬 KT금호렌터카 제주지점장은 “국내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보다 120%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간 제주 지역은 수입차 시장의 변방이나 다름없었다. 1999년 3대가 등록됐던 제주 지역 수입차는 2010년 190대에서 2011년 241대, 2012년 4354대로 급성장했다. 불과 1년 만에 20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제주를 찾는 큰손 관광객이 늘어난 게 제1 요소다. 제주에서 지난해 등록된 수입차 4354대 중 렌터카 법인이 구입한 것은 1957대로, 전체의 45%에 이른다. 이 외에 자녀를 제주도 국제학교에 보내기 위해 따라온 학부모 등 한국인 고객도 급증 추세다. 제주도에서 수입차가 꽤 잘 팔리면서 제주도 진출을 주저하던 수입차 업체들은 줄줄이 전시장 개설을 추진 중이다. 2008년 크라이슬러가 수입차 업체로는 처음 전시장을 오픈한 데 이어 올해 5월 BMW가 들어왔다. 폭스바겐은 하반기에 제주 전시장을 열 예정이다.

관광객이 급증하고 국제학교에 다니기 위해 학생들이 몰려들고 외국인 투자 또한 활발한 만큼 겉으로는 제주가 사상 최대 호황기를 누리는 것 같지만 한편에서는 반대급부도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도민들은 ‘제주도가 20년 후 중국인의 정원이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를 나누곤 한다. 콘도미니엄과 리조트타운 등 주로 부동산에만 돈이 몰리고 있어 건실한 경제 성장과 거리가 먼 데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제주도의 핵심 자원인 자연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또한 제주를 찾는 수많은 저가 패키지 중국 관광객이 이런저런 볼썽사나운 행동을 하는 탓에 예전의 ‘한적하고 살기 좋던 동네’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재 : 김범진 기자 / 사진 : 윤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