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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과 '30년 전쟁' 신안 가거도, 수퍼 방파제 착공 본문
태풍과 '30년 전쟁' 신안 가거도, 수퍼 방파제 착공
아파트 10층 높이 콘크리트박스 활용… 이달 중순 공사 시작
태풍 길목 위치해 피해 직격… 무너진 방파제 해마다 재공사
100년에 한번 올 태풍 감안해 폭 110m로 늘려 2018년 완공
어렵사리 방파제를 쌓았지만 지난 2011년 태풍 '무이파'와 2012년 태풍 '볼라벤'이 덮치자 480m의 방파제 중 350m가 파손됐다. 방파제를 보호하는 64t짜리 테트라포드(TTP, 속칭 '사발이') 3800여개 중 2500여개가 파도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태풍과 끊임없이 사투를 벌여 온 이 섬에 획기적 시설물이 들어선다. '수퍼 방파제'다.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100년 빈도'의 태풍에 견딜 수 있는 규모로, 2018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서해어업관리단은 3일 밝혔다. 방파제 파손을 막기 위한 '특단' 대책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해 9월 태풍이 지나간 뒤 신안군 가거도를 방문, "100년 주기의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항구적인 복구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과거 방파제를 설계했을 때 파고(波高)는 50년 빈도인 8.3m. 이번 방파제공사에는 100년 빈도인 12m로 상향, 적용키로 했다고 전충남 서해어업관리단 어항건설과장은 말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오는 2018년까지 가거도항에 초대형 방파제(조감도)를 건립해 태풍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해어업관리단 제공
방파제 길이는 현재와 같은 480m이지만 폭은 기존 15m를 110m로 크게 확장한다. 1만t짜리 대형 케이슨(caisson·사각 콘크리트박스) 19개로 전체 방파제 중 388m의 외벽을 감싸도록 공사를 하기로 했다. 케이슨은 가로, 세로, 높이가 28m인 정육면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아파트 10층 높이에 해당하는 초대형 규모다. 케이슨은 목포에서 상자처럼 만든 후 가거도로 운반한다. 이때 케이슨 내부는 비어 있다. 가거도로 옮긴 다음 파도가 없는 날을 잡아 설치 위치를 잡고, 빈 구조물 안에 모래 등을 채워 가라앉히게 된다. 한 개를 제작하는 데 3개월이 걸린다. 섬과 방파제가 맞닿는 92m 구간은 100t짜리 콘크리트블록 1300여개를 설치한다.
이 섬 방파제 부근의 평균 수심은 30m. 물 위로 드러나는 방파제의 높이는 수면으로부터 12m이다. 케이슨과 콘크리트블록을 바다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시설한 방파제 구조물은 총 높이가 42m가 된다. 이 방파제를 쌓는 데 국비 2500억원이 투입된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다. 이 회사는 오는 6일 공사착수계를 서해어업관리단에 제출하고, 자재와 장비를 가거도로 이송하여 이달 중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거도 주민 최병국씨는 "태풍이 올 때마다 파손되는 방파제를 보면서 가슴을 졸이며 살아왔다"며 "수퍼 방파제가 만들어져 주민들의 숙원이 풀렸으면 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500여명이 사는 가거도(可居島, 소흑산도)는 '사람이 살 만하다'고 이름 지었을 정도로, 역설적으로 주민들은 힘겹게 살아왔다. 목포에서 뱃길로 대흑산도를 거쳐 4시간 걸린다.
2013년 3월 5일 조선일보 A14면 보도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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